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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지운 한용덕 감독, “100명 입맛 다 못 맞춘다”

입력 | 2019-03-17 15:38:00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용규(34·한화 이글스)는 한용덕 감독(54)의 마음속에서 지워졌다. 분명한 사실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화는 최근 뒤숭숭했다. 베테랑 이용규가 감독과 운영팀장에게 차례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뒤 15일 늦은 밤, 이를 외부에 유출했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16일 ‘무단 지각’을 했고, 한화는 내부 회의 끝에 그를 충남 서산 육성군으로 보냈다. 일련의 사태에 선수단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용규가 팀을 흔들어 놓은 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은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한용덕 감독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이용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도 미소를 잃지 않은 한 감독은 “이 시점에서 한 가지는 명확히 이야기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감독과 선수는 각각의 본분이 있다. 1,2군 선수단이 대략 100명쯤 된다. 선수들이 본인 욕심만 내세워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 감독이 그들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다. 감독은 팀만 보고 간다.”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한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용규 관련해서 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은 피하고자 했지만, 자신의 메시지만큼은 짧지만 확실하게 전달했다. 아직 이용규가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불만의 이유조차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한용덕 감독도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 혹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오해의 소지는 없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용규가 무언가에 불만을 느꼈다고 해서 지금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해의 소지조차 없었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었다.

실제로 사건이 불어지기 전까지 한 감독의 구상 속 이용규는 ‘주전 9번타자 겸 좌익수’였다. 이용규는 한화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10차례 연습경기 중 6경기에 출장해 13타석을 소화했고, 시범경기에서도 4경기 8타석에 들어섰다. 어느 구단도 ‘전력 외’ 선수에게 한 시즌 농사의 준비 단계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시기에 이만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한화에게, 한용덕 감독에게 이용규는 분명 필요한 자원이었다. 타순, 수비 포지션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중견수에서 밀려난 것, 혹은 9번으로 내려간 타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으면 될 일이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좋은 야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용규를 지운 한용덕 감독은 내홍에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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