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태양 지구공학’은 최근 기후변화를 막을 대안으로 떠올랐다. 자연의 기후순환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원리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며 3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5도 떨어진 ‘피나투보 효과’에서 착안했다. 당시 화산 폭발로 2000만 t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으로 분출돼 햇빛을 10% 가렸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지구공학이 불러온 갑작스러운 기후변화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지적으로 일사량이나 온도가 변하면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이 바뀌며 강수량이 불균형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피나투보 화산 분출이 일어난 이듬해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남아프리카는 20%, 남아시아 지역은 15%가량 강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 지구공학은 사람으로 따지면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물에 비교된다. 연구에 참여한 피터 어빈 연구원은 “애초 고혈압을 앓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일단 혈압이 높으면 건강한 생활방식을 선택하는 것과 함께 위험을 낮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약물을 과도하게 복용하는 것은 해롭지만 잘 조절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하면서도 눈앞에 닥쳐온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지구공학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 지구공학 기술은 올해 첫 검증에 들어간다. 키스 교수는 올해 상반기에 빛을 잘 반사하는 탄산칼슘 입자를 20km 상공 성층권에 뿌려 햇빛을 막고 지구 온도를 낮추는 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성층권은 수직 방향의 대류가 잘 일어나지 않아 입자가 거의 제자리에 머문다. 연구진은 우선 1kg의 탄산칼슘을 뿌려 반경 1km의 반사층을 만들고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의 감소량과 온도 변화를 측정하기로 했다. 또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입자와 대기 중 화학물질이 결합하는가도 살펴볼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지구공학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년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이 위태로워지면서 대안이 필요해졌다.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를 널리 알린 미국 기후학자 월리스 브로커 박사는 지난달 18일 8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인류와 과학계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해결책을 심각하게 연구할 때가 됐다”며 지구공학의 필요성을 유언처럼 남겼다.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영국 구호단체 크리스천에이드는 지난해 12월 “2018년 기후변화로 발생한 전 세계 10대 자연재해 피해액이 최대 947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는 비행기를 통해 황산화물을 성층권에 뿌려 지구 온도를 1.5도 낮추는 데 드는 비용은 매년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100분의 1의 최소비용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