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11명 불법 주식거래… 지난해 2차례 과태료 면제 요구 증선위 “내부 봐주기 안돼” 퇴짜
‘금융 검찰’인 금융감독원이 불법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된 소속 직원들의 과태료 면제를 거듭 시도하다 금융위원회에 ‘퇴짜’를 맞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회사엔 엄정한 금감원이 정작 내부 직원 통제에는 온정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특히 올해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커진 권한만큼이나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증권선물위원회의 제20∼22차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증선위 회의에 금감원 감찰실 국장이 출석해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을 위반한 직원 11명에 대한 과태료 부과안을 보고하며 “직원들이 낼 과태료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11명 중 일부 직원은 이미 감사원에 비위가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았으니 행정처벌은 면제해 달란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금감원 노동조합도 나서서 금융위에 과태료 면제를 비공식적으로 요청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선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판단을 보류했다. 한 증선위원은 보류 이유에 대해 “금감원이 내부 직원을 감찰해 봐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금감원 직원이니 스스로 엄격히 (제재)해야 시장의 영(令)이 선다”고 발언했다. 금감원의 과태료 면제 요구를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 “권한만큼 책임 안지는 금감원, 시장에 令 서겠나”… 제식구 감싼 금감원 ▼
그러자 금감원은 다음 달인 지난해 12월 증선위 회의에서 재차 소속 직원의 과태료 면제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변호사를 동원해 과태료 부과 대상 직원들을 변호하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변호인은 “직원들이 형벌, 과징금 등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를 이미 받은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를 면제할 수 있다”며 “지금 행정 형벌을 받은 상황에서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은 헌법상 이중 처벌 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선위는 이날 회의에서도 금감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태료를 원안대로 부과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러한 보고를 받은 금융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증선위는 “(법원이 결정하는) 형사제재와 (증선위가 결정하는) 행정제재는 취지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부과)될 수 있다”며 “금감원은 금융투자업자와 달리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성, 투명성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안이) 과잉 제재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직원 10명은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32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직원 1명은 제척기간이 지나 과태료 납부를 피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회사를 검사·감독하고, 각종 비공개 정보를 접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주식거래가 엄격히 제한된다.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증권사 임직원처럼 본인 명의 계좌로만 주식거래를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거래 현황을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앞서 감사원은 2017년 이러한 규정을 위반해 불법 주식거래를 한 금감원 직원 50명을 적발했다. 이 중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4명은 벌금 300만∼2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수행을 통해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금감원 직원들로서 누구보다 관련 규정을 숙지하고 모범이 돼야 하는데 상당 기간 적지 않은 금액을 타인 명의로 거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금감원이 특사경 도입 등 자신들의 권한 확대에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그에 맞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기관인데 불법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은 일종의 ‘배임’”이라며 “형사처벌과 별개로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