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익률 1%대가 대부분 물가상승률 감안땐 ‘마이너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데 이어 퇴직연금마저 저조한 수익률에 허덕이면서 국민들의 노후 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마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은퇴를 앞둔 중산층의 한숨이 더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회사들의 상품 수익률은 1%대가 대부분이었다.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원금을 까먹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퇴직연금 운용회사 중 적립금이 25조 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생명은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DB형 1.63%, DC형 0.71%, IRP 0.49%였다. 교보생명은 DB형 1.25%, DC형 0.07%, IRP ―0.07%였고 한화생명은 DB형 1.65%, DC형 0.96%, IRP 1.09%였다. 증권사 중 적립금이 12조 원으로 1위인 현대차증권은 DB형 1.42%, DC형 0.25%, IRP ―0.68%였다. 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DB형 1.43%, DC형 0.89%, IRP 0.14%였다.
근로자들도 ‘회사가 알아서 잘 굴려주겠지’라고 생각해 DB형에 묵혀 두거나 DC형으로 갈아타더라도 생각보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 금융회사들 역시 손실만 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관리한다. 이들이 주로 투자하는 은행 예·적금, 보험상품, 국채 등 원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1%대에서 허덕이고 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금융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게 돈을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 등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들이 외부조직의 컨설팅을 받아 조금 더 전문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등 퇴직연금 체계의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