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사일 전력 강화 ‘맞불’ 거론하며 대북제재 철저 이행 촉구 메시지
미국 정부가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다시 높여가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고위당국자들이 잇따라 중국 등을 겨냥한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한 데 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볼턴 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뉴욕 AM970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솔직히 유엔 제재를 더 촘촘히 적용해 북한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 국제무역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고 도발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중국은 북한 핵무기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치고 이 때문에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런 점에서 중국은 이론적으로 미국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중국의 핵 역량 강화 문제를 경계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은 지금 자신들의 핵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그것이 미국이 국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하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한 새로운 협상을 제시한 것과 관련된 대목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데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뉴욕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관계자들을 만난 것도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이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하게 되면 유엔에서 미국 대 중국, 러시아가 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2012년 2·29합의 직후 광명성 3호를 발사하자 중국은 추가 제재에 반대하며 북한을 편들었던 전례가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