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국제부장
인도태평양 전략은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과 같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지역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제시한 새로운 아시아 전략이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을 모토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연대(Quad)를 강조한다. 한국은 사실상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2017년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언론 발표문에는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김현철 당시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일본은 (미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외교 라인을 구축하려 하지만 우리는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일은 틀어졌다. 외교부가 뒤늦게 나서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나섰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 정부가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이유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전략이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나섰다는 이유로 부정적 인식은 더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2018년 5월 하와이에 있는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이름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꿨다. 그냥 한번 해보는 게 아니라 미국의 핵심 정책 방향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명칭의 변화를 두고 “옛날 영국이 카이로 케이프타운 콜카타를 하나로 묶는 3C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판도 자체가 변한 것에 필적한다”며 “편의상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니라 지정학적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아직은 인도태평양 전략이 뭔지 불분명해서 당장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크 소장 얘기처럼 30년쯤 지난 뒤 인도태평양 전략이 미국의 핵심 전략이 된다면 어떨까. 그때 한국만 덩그러니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우리 스스로 전략적 협의채널을 거부하고, 정보 교류의 기회를 외면함으로써 사실상 ‘애치슨라인’ 바깥으로 스스로 걸어 나간 셈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과한 표현일까.
김영식 국제부장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