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0대 용의자 체포… 공범 중국동포 3명-한국인 2명 추적
용의자 압송 수감 중인 이희진 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씨가 18일 오전 경찰에 붙잡혀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일보 제공
18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이 씨 동생(31)은 16일 오후 4시경 “부모님이 오랫동안 통화가 안 돼 이상하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 씨 동생은 형과 함께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해 11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 부모가 1년여 동안 살아온 안양의 아파트에 인기척이 없자 소방관과 함께 문을 강제로 열었다. 당시 집 내부는 살해 현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말끔했다. 집 안을 확인하던 경찰은 출입구 오른쪽 방 장롱 안에서 비닐에 싸인 A 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1층 폐쇄회로(CC)TV를 통해 요트 임대업자 김모 씨(34)와 중국동포 남성 3명이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1분경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그로부터 15분 뒤 이 씨 부모가 아파트 건물 내로 들어서는 장면을 포착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미리 잠입해 이 씨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CCTV를 차례로 추적한 경찰은 17일 오후 3시 17분 경기 수원시의 편의점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B 씨의 시신이 발견된 창고는 김 씨 일당이 지난달 말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150만 원을 주고 빌렸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 3명은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김 씨는 ‘B 씨가 투자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빌려갔는데 갚지 않아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동포 3명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경호원으로 고용했다’고 했다. 중국동포 3명은 한국에 살면서 수시로 중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씨 부모 아파트에 있던 현금 5억 원이 든 가방을 들고 도주했다. 이 돈은 이 씨 동생이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수입차량 전시장에서 처분한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판매대금 20억여 원 중 일부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받을 돈 2000만 원 때문에 공범까지 끌어들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번 사건이 이 씨의 사기 행각과 연관돼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씨 동생이 풀려난 뒤 일부 사기 피해자들이 이 씨 가족에게 보상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앙심을 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씨 형제를 믿고 지인들 돈까지 끌어 썼다가 4억 원을 잃은 피해자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안양=김은지 eunji@donga.com·이경진 / 평택=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