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태런트는 범행 직전 이미지보드 사이트 ‘8chan(에이트 챈)’에 곧 이슬람 사원을 공격할 것이라는 글과 함께 범행을 생중계할 페이스북 계정 링크를 남겼다. 헬멧에 장착한 카메라로 찍은 테러 현장의 영상은 모자이크 없는 날것 그대로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은 즉각 동영상 유포 차단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동영상의 길이와 제목, 내용은 물론이고 특정한 장면이나 배경 음향 등을 기준으로 문제 콘텐츠를 걸러내는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원본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다시 찍거나 영상 길이를 바꿔 편집하는 등의 수법으로 AI 파수꾼의 감시를 피했다. 살인 등 강력범죄 생중계에 이용돼 호된 비판을 받았던 SNS 업체들이 범죄 콘텐츠 유통을 막으려고 수년간 해온 거액의 투자가 별 효과를 못 본 것이다.
▷신문과 방송 등 기성매체들은 분초를 다투는 범죄나 사건 보도에서도 여러 단계의 데스킹을 거쳐 자극적 이미지나 표현이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특히 테러 사건은 다른 범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는 기성매체를 넘어 SNS를 통해 영상과 메시지를 퍼뜨려 공포를 극대화했다. 모방범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막는 데 AI 모니터링 시스템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범죄 콘텐츠를 검색 또는 소비하거나 공유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