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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나래 향초’에 환경부 행정지도 왜?

입력 | 2019-03-19 03:00:00

사전검사 없이 향초 만들면 불법
자신이 직접 사용하면 문제없지만 팔거나 다수에 선물해도 안돼
朴씨 예능프로 출연해 팬에 선물… “위법” 통보받은 뒤 모두 수거




지난해 11월 30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연예인 박나래 씨가 지인과 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향초를 만들고 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개그우먼 박나래 씨(34)가 직접 만든 향초를 지인과 팬들에게 선물했다가 지난달 환경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18일 확인됐다. 박 씨는 지난해 11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향초를 직접 만들었다.

환경부는 지난달 박 씨에게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을 위반했다며 행정지도를 내렸다. 현행법상 향초를 만들려면 사전검사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박 씨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30일 방영된 유명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박 씨는 연말을 맞아 지인과 팬들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맥주잔 모양의 향초 100개를 제작했다.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일명 ‘맥주캔들’ 제조법을 소개하는 영상과 글이 잇달아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동시에 박 씨의 행위가 법 위반이라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환경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수제 향초는 간단한 도구와 재료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최근 수제 향초를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향초가 정부에서 엄격하게 관리되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면 먼저 지정 검사기관에서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확인받은 뒤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향초는 향기를 내는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안전기준이 일반 초보다 훨씬 엄격하다. 위반할 경우 최대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단 수제 향초를 자신이 직접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밥에 식품위생법을 적용하지 않듯 화학제품안전법 역시 개인이 사용하는 제품까지 규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박 씨를 법 위반으로 본 것은 향초를 대량으로 만들어 지인과 팬들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다수에게 증정하면 ‘무상 판매’에 해당한다. 박 씨는 자신이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지인과 팬들에게 나눠준 향초를 모두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