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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vs 모차르트… ‘두가지 색’ 오페라로 봄을 연다

입력 | 2019-03-19 03:00:00


“내가 살리에리를 ‘마술피리’가 공연되는 극장으로 데려갔지. 살리에리는 집중해 감상했고, 서곡에서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브라보! 아름다워!’라고 외쳤어.”

모차르트가 죽은 해인 1791년에 아내 콘스탄체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다. 교향곡과 피아노협주곡을 비롯한 기악만으로도 이미 천재였지만, 오페라만 놓고 보아도 모차르트는 푸치니, 베르디와 함께 ‘3대 흥행 작곡가’로 꼽힌다. ‘마술피리’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등 이른바 그의 3대 오페라는 음악적으로 걸작일 뿐 아니라, 당대의 사회 이슈와 지식계 흐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가운데 두 작품이 이달 말 서울에서 동시에 공연된다. 사뭇 대조되는 두 작품의 공연 형태가 눈길을 끈다. 고(古)음악 거장 레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BO)는 29,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무대장치 없는 콘서트 형식의 ‘돈 조반니’를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가수들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중형극장인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28∼31일 ‘마술피리’를 올린다.

롯데콘서트홀의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는 모차르트의 의도를 살린 연주와 간략하면서도 세련된 무대로 인기를 끌어왔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이번 ‘돈 조반니’에서 체를리나 역으로 출연한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이 야콥스 지휘 FBO와 함께 선보이는 모차르트 오페라는 이젠 핵심 팬층을 보유한 ‘기다리는 공연’이 됐다. 2017년 ‘여자는 다 그래’, 2018년 ‘피가로의 결혼’에서 이들은 의자 등 간단한 소도구만을 사용한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연출뿐 아니라 악단 및 연주자들의 탁월한 가창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난봉꾼의 행각과 파멸을 그린 ‘돈 조반니’의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임선혜(체를리나)를 비롯해 바리톤 요하네스 바이서(돈 조반니)가 출연한다. 기사장의 딸 돈나 안나 역은 소프라노 폴리나 파르티르크사크, 그의 약혼자 돈 오타비오 역은 테너 데이비드 피셔가 맡았다.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는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에서 호흡을 맞췄던 독일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와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틀이 다시 한 번 힘을 합치는 무대다. 상상 속 고대 이집트가 무대인 이 작품은 주역들의 선악이 헛갈리는, 마치 중간에 작가가 바뀐 듯한 줄거리와 비밀 결사를 암시하는 듯한 무대 때문에 초연 후 두 세기가 넘도록 그 창작 배경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이어져 왔다.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는 우연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결국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음을 무대예술가 알렉산더 린틀의 상징적인 무대로 보여준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연출가 파데는 “사랑이라는 이상과 권력이라는 현실 속에서 시험을 당하는 인간이, 어떻게 세상과 사회에 쓸모 있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을 지휘했던 오스트리아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가 지휘봉을 든다. 테너 타미노 역에 허영훈 김성현, 그의 연인인 소프라노 파미나 역에 김순영 윤상아, 그의 어머니인 소프라노 밤의 여왕 역에 소니아 그라네가 출연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모차르트 스페셜’ 콘서트로 ‘3월의 모차르트’에 가세한다. ‘티토 황제의 자비’ ‘피가로의 결혼’ 등 두 오페라의 서곡과 교향곡 38번 ‘프라하’를 영국 고음악 아카데미(AAM) 음악감독 리처드 이가가 지휘하고 피아노협주곡 24번에서는 피아노 솔로도 겸한다.

롯데콘서트홀 ‘돈 조반니’ 5만∼16만 원.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 3만∼10만 원. 서울시향 ‘모차르트 스페셜’ 1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