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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냐 일자리냐… 火電폐쇄 고민 깊어지는 佛 마크롱

입력 | 2019-03-19 03:00:00

4곳서 車400만대 규모 CO₂ 배출
“2022년까지 모두 폐쇄” 밝혔지만 노동자들 5개월째 시위 거센 반발
폐쇄이후 활용방안 아직 못찾아
친환경 바이오매스 전환 사업도 “수익성 떨어지고 나무 낭비” 비판




프랑스 정부에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가 16일 전국 200곳에서 열렸다.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소도시 가르단의 화력발전소 앞에선 기후변화 대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시위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환경과 일자리,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내각 회의에서 ‘중장기 에너지 계획 법안’ 채택을 연기했다. 이 법안은 2022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 4곳의 문을 모두 닫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력발전소 노동자와 지역 정치인 반발로 중장기 에너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화력발전소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프랑스 정부는 화력발전소 4곳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자동차 400만 대의 배기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보고 있다. 공약에 따라 지난해 화력발전소 폐쇄를 발표한 뒤 가르단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총동맹(CGT)은 “발전소를 폐쇄한다면 불과 피로 정부를 공격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르단 인구는 2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발전소가 폐쇄되면 1000명이 일자리를 잃어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준다.

가르단에선 2003년 석탄 광산이 문을 닫으며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직장 폐쇄에 더욱 민감하다. 부부가 화력발전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뱅상 라지에 씨는 “환경 문제도 중요하지만 고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와 지자체, 노조가 함께 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시설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3개월 동안 파업이 이어지던 코르드메 화력발전소의 직원 600여 명은 8일 파업을 중단했다. 이 발전소를 운영하는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정부와 함께 화력발전소를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매스로 전환하는 ‘에코컴버스트(ecocombust)’ 프로젝트를 올가을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수급과 고용을 유지하면서 환경에도 무해한 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2015년부터 이 프로젝트 연구에 돌입한 EDF는 마크롱 대통령이 폐쇄를 약속한 2022년 초까지 이 화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의 80%를 바이오매스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행은 쉽지 않다. 가르단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가 EDF에 앞서 화력을 바이오매스로 바꾸기 위해 3억 유로(약 3870억 원)를 투입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주로 폐목재를 사용하는데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나무의 절반을 브라질, 스페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이 오히려 환경 파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수익성도 떨어진다.

프랑스에서는 화력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2%에 불과하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겨울에는 꼭 필요한 게 현실이다. 화력발전을 멈추면 당장 독일 등 인근 국가에서 전기를 사와야 한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막을 상징적인 조치로 임기 전 반드시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