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 10%더 하락하면 3.2만가구 보증금 반환 못할 수도” 한은 “현재 위험성 크지 않아…더 떨어지면 리스크 경계해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 © News1
올해 1~2월 중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계약 시점 대비)보다 하락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의 하락 비중 및 폭이 훨씬 더 컸다.
이에 따라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온다. 역전세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셋값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로서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앞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앞으로 전세가격이 10% 떨어질 경우 3만2000가구에 달하는 임대가구(집주인)가 전세보증금을 임차가구(세입자)에게 돌려줄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의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 비중은 2017년 35.8%에서 지난해 50.8%, 올해 1~2월 60.3%까지 급증했다. 서울의 비중은 2017년 10%에서 지난해 16.7%, 올해 1~2월 28.1%로 상승했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앞으로 전세가격이 10%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보증금 관련 부채를 보유한 주택 임대가구 211만가구(작년 3월 말 기준)의 1.5%(3만2000가구)가 금융자산 처분과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세가격 하락률로 보면 올해 1~2월 중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전국 기준 52.0%) 중 절반 정도(25.3%)가 10% 미만이었다. 전세가격이 10~20% 떨어진 아파트 비중은 14.9%을 기록했다. 30% 이상 급락한 비중은 4.7%로 지난 2016년 0.9%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전세보증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보증금 규모별로 보면 보증금 1억원 미만 아파트 중 32.6%의 전세가격이 2년전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보증금 1억~2억원(34.6%), 2억~3억원(29.0%) 아파트의 경우도 전세가격이 10% 하락한 비중이 30% 안팎으로 높았다. 반면 보증금 3억~5억원(16.0%), 5억원 이상(9.5%)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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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고소득(4~5분위) 임대가구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 64.1%를 차지했다. 실물 자산을 많이 보유(가구당 평균 8억원)하고 있어서 임대가구의 총자산(금융+실물자산) 대비 총부채(전세금 포함) 비율이 2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임대가구중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0.6%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했으나 금융 자산은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차입 및 갭 투자를 통한 부동산 구입 등으로 임대가구의 금융부채(연평균 7.4%) 및 실물자산(6.1%)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를 내준 가구의 금융자산이 전체적으로 보증금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보증금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계속 상승(2012년 3월 71.3%→2018년 월 78.0%)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커질 경우 전세·매매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건전성 저하, 보증기관의 신용리스크 증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