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왕종명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인 윤지오 씨에게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의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청해 논란인 가운데, 이 같은 왕 앵커의 행동은 두 달 전 본인의 발언을 무색케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왕종명 앵커는 지난 1월 10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혐의 관련 보도를 전하며 “저희는 관련 보도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피해자의 이름을 지우고 가해자로 지목된 코치의 이름을 따서 ‘조재범 성폭행 의혹사건’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MBC 측이 운영하는 채널 ‘엠빅뉴스’는 같은 달 17일 왕 앵커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당시 왕 앵커는 “모든 앵커 멘트는 제가 쓴다”며 “이 사건에서 뉴스 초점을 심석희의 고통에 맞출 것이냐 아니면 조재범의 가해 사실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 우리 뉴스의 포커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을 한번 앵커 멘트로 소화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써 본 것”이라고 해당 멘트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불과 2개월 전엔 피해자들을 위한다더니”, “과거 앵커 멘트 듣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윤지오 씨도 피해자로 볼수 있는데 ‘거대한 힘’과 싸우는 윤 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청을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왕 앵커는 18일 윤지오 씨에게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의 실명을 공개할 의사가 없는지 물었다. 윤 씨는 미행에 시달리는 등 지난 10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정황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왕 앵커는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느냐”고 거듭 요청했고, 윤 씨는 “내가 발설하면 책임져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왕 앵커는 “저희가요?”라고 반문하며 “이 안에서 하는 것은 어떻게든지…”라고 답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