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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미군 시설 예산도 ‘장벽건설’ 전용 검토

입력 | 2019-03-19 18:38:00

국방부 의회 보고 목록에 ‘캠프 탱고’ 등 포함



경기도 평택시 소재 미 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2017.8.20/뉴스1 © News1


미국 국방부가 남부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전용을 검토 중인 예산 가운데 주한미군 시설 관련 예산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예산 삭감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국방 분야 건설사업 목록을 의회에 제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최종 승인한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자신의 공약사업인 미·멕시코 간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배제되자, 지난달 15일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멕시코 접경지대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의 국가비상사태법(NEA)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 선포시 대통령은 위기 대응에 필요한 예산을 의회 승인 없이도 다른 정부 예산에서 전용해 쓸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작년 12월31일 현재까지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건설사업 목록을 20여쪽 분량의 문서로 정리해 의회에 보고했다.

여기엔 ‘캠프 탱고’(CP탱고)로 불리는 경기도 성남 소재 한미연합사령부 지휘통제시설과 전북 군산의 주한미군 드론(무인기) 격납고 관련 예산 등이 포함돼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캠프 탱고’는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지하벙커로 1970년대에 건설됐지만, 그 존재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건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 방문 때가 처음이다.

특히 이 곳에선 주한미군 정찰기 등의 대북감시정보는 물론, 미 정보당국의 관련 첩보도 실시간으로 수집·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독일과 에스토니아의 미군 훈련기지, 미 버지니아주의 사이버작전 시설, 루이지애나주의 통합지역정보센터(JRIC), 그리고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묘지 관련 사업 등이 국방부의 삭감 가능 예산 목록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의회에 보고된 사업들을 모두 집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총 129억달러에 이른다”며 “이 중에서 올해분 예산 36억달러를 필요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들 예산을 전용하더라도 군 막사나 병영 건축 사업엔 아무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의 니타 로위 하원 세출위원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국방부가 제출한 목록은 어떤 사업이 승인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데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원 군사위 소속의 같은 당 잭 리드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방비에서 돈을 끌어다 벽을 쌓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 의회는 앞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결의안을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