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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후 모습 궁금하셨죠? 3D로 미리 보여줍니다”

입력 | 2019-03-20 03:00:00

‘홈플래너’ 도입 한샘 이영식 사장



13일 서울 마포구 한샘 본사에서 이영식 한샘 사장(60)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회계사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지 20년이 넘은 그는 “회계사가 기업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일이라면 기업인은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며 “기업인은 더 역동적이고 활기찬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국 아파트의 90%는 저희가 3차원(3D) 모델로 구현할 수 있으니 ‘우리 집은 될까’ 고민은 안 하셔도 됩니다.”

13일 서울 마포구 한샘 본사에서 만난 이영식 한샘 사장(60)은 회사의 기술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사장이 말한 3D 기술이란 집 안의 도면을 3D로 구현한 ‘홈플래너’다. 가구를 사서 집에 배치하기 전에 3D로 만들어진 자신의 집에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다. 비용도 무료다. 2017년 여름 한샘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홈플래너는 전국에 있는 아파트 5만여 개의 유형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사장은 “단독주택도 실측을 통해 홈플래너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구입하려는 가구가 자신의 집과 잘 어울리는지 사전에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샘이 홈플래너를 강조하는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28조 원이었던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2020년이면 41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갓 지어진 집에 입주하는 시대가 아니라 있던 집을 고쳐 쓰는 시대인 것이다.

한샘이 지난해 선보인 ‘스타일 패키지’도 리모델링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스타일 패키지란 리모델링을 할 때 가전을 제외한 부엌과 욕실, 수납가구 등 일체를 하나로 묶어 판매하는 것이다. 현재 8개의 모델이 있다. 비수기인 1월에만 400세트가 팔리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사장은 “기존 인테리어 업체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고, 소비자가 이것저것 많이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줘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타일 패키지는 3.3m²(약 1평)당 120만∼150만 원 선이다.

5일 만에 시공을 끝낸다는 것도 한샘이 소비자에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사장은 “4년 전에 살고 있는 집 리모델링을 직접 해보니 시공 기간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고객들의 편의와 리모델링 후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애프터서비스(AS) 보증기간도 기존 1년에서 5∼10년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은 2017년에 처음으로 매출액 2조 원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매출은 1조9284억 원으로 약간 내려앉았다. 이 사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영업사원들의 절대적인 업무시간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이라며 “한샘의 강점도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부터 부엌 가구 중심에서 마루와 욕실의 건자재로 품목을 확대해 오히려 매출을 늘렸다. 그는 “올해 입주 가구가 지난해보다 40만 채 늘어난 것도 실적 턴어라운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온라인 시장과 해외 시장 진출도 좀 더 강화할 계획이다. 한샘은 기존의 온라인몰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상담을 신청하면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담을 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을 최근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기존에 진출한 뉴저지 외의 지역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가구 구입과 설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국 시장에서 ‘속도’를 경쟁력으로 삼고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기존에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도 중국 현지 기업에서 먼저 한샘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 제의가 오고 있어 올해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이 한샘에 몸담은 것은 1996년부터다. 당시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던 그는 대학 선배의 권유로 한샘에 차장으로 이직했다. 이 사장은 “한샘은 늘 탁월함에 대한 도전을 해왔다”면서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고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