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에 부는 새바람
늘 변함없는 로비의 모습은 고객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선사해왔지만 공간을 찾는 고객들이 ‘무엇이든 공유하는 디지털세대’로까지 젊어지면서 ‘변치 않는’ 호텔 로비는 옛말이 되었다. 호텔가는 이 로비 자리에 미술품이나 생화 장식을 통한 변화를 주며 계절감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미술품을 활용하여 변화를 주는 사례로 꼽힌다. 700여 점의 미술품이 로비, 레스토랑, 객실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 문화적으로 업그레이드된 호텔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내 에드먼드 드 월의 ‘Works and Days’. 수많은 도자기형태의 오브제들이 은은하지만 리드미컬하게, 조용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봄을 맞이해 이 공간의 작품을 교체했다. 그간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김환기, 정창섭 작가들의 작품으로, 한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호텔로서의 품격을 보여주었다면 ‘도자기’라는 친숙한 모티프의 설치 작품으로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서려는 시도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내 에드먼드 드 월의 ‘The Poems Of Our Climate’. 현대적인 오브제로 도자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 작품은 사물과 공간의 관계를 간결하면서도 지극히 섬세히 다룬다.
소설을 쓸 때 단어 하나로 고민을 하는 것과 같이 여러 도자기와 도자기 사이, 그릇과 장식대 사이에서 숨을 쉬며 멈추고, 쉬며, 그리고 침묵하는 새로운 길을 생각하면서 작업한다는 작가의 정신처럼 호텔 안에 머무는 고객들이 쉼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로비 중앙에 위치한 헨리 무어의 ‘Figure in Shelter’.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로 인간과 자연을 감싸는 대상의 내적 생명력을 표현했다.
레스케이프 호텔 7층에 장식되었던 지난 겨울 장식.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눈부신 겨울나무를 형상화했다.
봄을 맞이하여 새롭게 선보인 장식은 꽃이 만발한 봄의 정원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다. 1층 로비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에 벚꽃 장식과 로맨틱한 분홍색의 리시안셔스 꽃을 활용해 거대한 벚꽃 나무를 만들었다. 로비 입구에서 사진 찍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의자도 배치했다. 7층에 마련되어 있는 카페 ‘르 살롱 바이 메종 엠오’에는 새, 나무덩굴 등 내부 인테리어 요소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커다란 새장 모양의 의자에 목련과 튤립을 장식했다. 26층에 위치한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인 ‘라망 시크레’ 입구의 중앙 테이블 위에도 노랑, 연분홍, 자주 등 다양한 색상의 호접란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연인의 비밀편지를 테마로 한 플라워 장식을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독자브랜드 레스케이프 호텔의 1층 로비에 설치된 대형 벚꽃나무는 벌써부터 봄 포토존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작년 7월 오픈 이후 수천 송이에 달하는 화려한 생화, 겨울에 선보인 수천 개의 크리스털로 반짝이는 장식 등으로 호텔 내부의 옷을 갈아입고 있다. 시즌별로 ‘꽃그네’, ‘버드나무 크리스마스트리’ 등을 선보이면서 인스타그래머블 호텔로 입소문이 나 오픈 8개월여 만에 관련 게시물이 1만6000건 넘게 올라왔다.
더 이상 호텔이 일부 VIP를 위한 공간이 아닌 ‘대중의 여유를 위한 호캉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호텔 로비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