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년 6월 평양시 용성구역 국방종합대를 현지 시찰하고 있다. 이후 국방종합대는 김정은국방종합대로 개명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주성하 기자
2016년 6월 13일 이 대학을 방문한 김정은은 “국방종합대학의 기본 임무는 동방의 핵대국을 빛내어 나가는 기둥감을 훌륭히 키워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실력 있는 대학, 대학 위의 대학, 세계 일류급의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돌아갈 때 김정은은 대학 명칭 앞에 자기 이름을 붙이도록 허락했다.
북한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을 쓰는 대학이 각각 3개, 2개가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은 당·정·군의 중추적 간부들을 양성하는 최고 대학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이 생겼지만, 이는 대학이라기보다는 대남 공작원 비밀 훈련소에 가깝다. 김정일 사망 1년 뒤 김정은은 보안(경찰)간부 양성 대학을 김정일인민보안대학이라고 명명했다.
김정은의 이름을 딴 대학은 국방대가 처음이다. 겸손을 내세우며 자기 생일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김정은이 자기 이름을 쓰게 허락했다는 것은 국방 과학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처럼 보여준다.
김정은국방대의 제1학부는 로켓공학부이다. 북한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국태를 위시해 최고의 미사일 개발자들이 교수진이다. 국방대는 1963년 6월 13일 문을 열었다. 주요 임무는 미사일 개발이었다. 1960년대 후반 국방대는 강계공업대학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강도 강계로 이전했다가 1990년대 다시 평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6년 김정은국방대가 됐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는 김정은국방대 인재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 액체연료 엔진부터 고체연료 엔진 제작 실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이들이 주도했고, 실험 도중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이들은 자체로 해결하거나 러시아 기술을 베껴서 극복해 나갔다. 김정은국방대 바로 옆엔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산음동 ICBM 조립공장이 있다. 미사일 설계와 조립이 한 세트처럼 맞물려 있다. 김일성대조차도 늘 정전 속에서 살고 있지만, 김정은국방대는 단 10분만 전기가 꺼져도 큰 사고로 여겨지고 비상이 걸린다.
북한이 2012년 12월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는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성공한 뒤 강일웅 국방대학장이 주석단 아래 1-1번 좌석에 앉기도 했다. 중장(한국군 소장) 편제인 학장에겐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특혜였다.
김정은국방대에는 8개 이상의 학부가 있다. 각 학부에는 전자공학부, 금속공학부, 화학재료공학부 등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외부에는 숫자만 공개된다. 가령 323조는 3학부 2학년 3반이란 뜻이다.
최근 김정은국방대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드론이나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AI) 관련 무기를 연구하는 학부가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윤리가 안중에 없는 북한이기에 몇 년 뒤 어떤 괴물 무기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집권 초기 5년 내내 쏘고 터뜨리는 데에만 집착한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국방대에 자기 이름을 붙인 것은 너무 잘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김정은은 “경제 발전보다 더 절박한 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말이 신뢰를 얻자면 머잖아 김정은경제종합대학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