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하다’와 ‘안이하다’는 뭐가 다를까? 이런 질문은 국어 전문가조차 당황스럽게 만든다. 사전을 뒤져 둘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지만 이런 정리는 허무한 일이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 도움을 주질 않는다. 이 차이를 외워 일상에서 그대로 쓴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다. 왜 그런가?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그래서 ‘안일하다’와 ‘안이하다’의 차이를 고민하게 되는 순간은 이를 문제로 만났을 때다. 질문을 받았거나 시험 문제로 만났거나 하는 순간 말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이들 단어의 차이는 글쓰기에서도, 우리말 맞춤법을 아는 데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왜 그런가? 단어의 쓰임을 제대로 아는 쉬운 방법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보는 일이다.
● 안일한 대처가 국민을 실망시켰다.
● 안이한 대처가 국민을 실망시켰다.
● 안이한 대처가 국민을 실망시켰다.
● 나태와 안일(○)을 반성해야 한다.
● 나태와 안이(?)를 반성해야 한다.
● 나태와 안이(?)를 반성해야 한다.
굳이 이들 의미를 구분해 쓰고 싶다면 우리가 실제로 쓰는 말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자주 쓰는 말 중에서 ‘일(逸)’이나 ‘이(易)’를 포함한 단어들을 살피는 것이 낫다. 일탈(逸脫)의 ‘일(逸)’을 찾아내고 평이(平易)의 ‘이(易)’를 찾아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시적인 어휘의 의미 차이보다 더 중요한 영역이 훨씬 많다는 점을 기억하자. 단어 두 개의 의미 차이를 따지는 힘을 더 중요한 본질적인 것으로 옮겨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