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인터뷰]공주보 사수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박해윤 기자]
● “충청도를 물로 본다 이건가?”
● “‘사람이 먼저’라면서 지역 주민 개무시”
● “용수 부족해 피해 본 농민들, 민사소송 할 것”
● “직권남용, 끝까지 형사책임 물을 것”
● “험한 꼴 안 당하려면 당장 백지화해야”
4대강 사업이 정쟁의 도화선(導火線)이 됐다. 금강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유독 깊다. 2월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수계 3개 보(洑) 처리 방안을 제시하고 후폭풍이 거센 탓이다. 위원회는 세종보와 공주보는 원칙적으로 해체, 백제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내놨다. 해체가 유지보다 편익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3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진석(59)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는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다. 공주보는 공주, 백제보는 부여에 있다. 청양 역시 금강의 자장 안에 놓여 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그가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데는 이런 저간의 사정이 작용했을 터.
“생존권 투쟁”
그래서인지 정 의원의 발언 수위는 높았다. 발언 중 뒤섞인 격렬한 손짓은 그의 분노를 오롯이 전달했다. 정 의원은 “물 재앙이 일어나면 누가 책임지나.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하나. 정권 바뀌면 다 감옥 갈 사람들”이라고 성토했다. 때마침 인터뷰를 하루 앞둔 3월 4일 정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세종시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뚜렷한 대답을 못 하더라. 장관은 자신들이 초안을 낸 것이라 말했다. 6월 출범하는 대통령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당 위원회는 행정기구다. 결국 조사와 평가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원용할 수밖에 없다. 과연 보 철거 계획이 크게 달라지겠는가. 국가시설 파괴 행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이것과 비교해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감옥에 보내는 판국인데….”
- 정부는 보 처리방안을 정하기 위해 위원회에서 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외부 전문가 합동회의 등 총 40회의 회의를 거쳐 이번 평가 결과를 내놨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관 협의 후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하는 모양새인데.
“장관은 민간위원 구성해 조사했다고 (자신은) 요리조리 피해 나가려 하더라. 장관에게 ‘당신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환경부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세로 어떻게 환경정책을 총괄하나.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이낙연 총리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될 테니 총리 상대로 정책질의를 할 것이다.”
-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보나?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2월 22일 “백제보는 보 개방 기간이 짧아 수질과 생태 평가에 필요한 실측 자료가 충분치 않았고, 보가 설치되기 전 자료를 이용한 평가 결과로도 보 해체의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금강의 장기적인 물 흐름의 개선을 위해 상시 개방하는 처리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정 의원에게 물었다.
- 상시 개방이 타협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난센스다. 상시 개방과 보 철거가 무슨 차이가 있나?”
- 별 차이가 없다?
“녹조라테는 괴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저지 특별위원회 관계자들이 3월 4일 충남 금강 공주보 현장을 둘러보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재현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수리·수문분과위원장(인제대 교수)은 2월 22일 YTN 라디오에 나와 “이번 발표는 금강,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한 것이다. 한강, 낙동강은 아시다시피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수문을 개방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 않겠나 하는 게 위원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강, 영산강 주민의 반발이 심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읽힐만한 발언이다. 공주가 고향이기도 한 정 의원이 이렇게 불만을 표출했다.
“박 교수 얘기가 너무 어이없어 녹음했다. 정부 시책에 협조해 모니터링에 응해준 금강유역 주민들만 바보가 됐다. 이러니까 충청도 사람들이 화가 나는 거다. 만만한 게 충청도라 이건가? 충청도를 물로 본다 이건가? 내가 정치 선동하고 지역감정 부추기는 게 아니잖나. 이러니 충청도 사람들이 부아가 안 치미고 배기나. 아니, 낙동강과 한강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서 못 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라디오에 나와서 그런 말을 하다니…. 나 참, 기가 막혀서.”
- ‘보 해체론자’의 강력한 언어가 ‘녹조라테’다. ‘고인 물이 썪는다’는 주장이다.
“옛날 광우병 파동 때 쓰인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말과 똑같은 식의 괴담이다. 보를 만들어 물을 막아놓으면 유속이 느려져 온도가 상승해 녹조가 생긴다는 논리 아닌가? 그렇다면 북한강에는 보가 없는데 왜 녹조가 생기나? 남한강에 세 개의 보가 있는데, 거기는 이번에 녹조가 안 생겼다. 소양강 역시 물을 담아놨는데 녹조가 안 생긴다. 앞뒤가 안 맞다. 녹조가 생기는 결정적인 요인은 인(燐)이라는 유기물에 있다. 지류지천에서 강물 본류로 흘러들어온 오폐수다. 그러니 녹조를 없애려면 지류지천 정화사업을 해야 한다.”
녹조와 수질은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가장 휘발성이 큰 논쟁 이슈다. 녹조와 보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지 않다.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놓으니 수심이 깊어졌고, 이는 여름철 수온 저하로 이어져 녹조 발생을 억제했다는 주장(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82쪽 참조)도 있다. 이에 따르면 유속은 녹조 발생의 주요 변수가 아니다.
반면 환경부는 2월 8일 “4대강 11개 보를 개방해 관측한 결과 유속이 빨라져 수질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환경부는 “지난해 여름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보 개방에 따른 녹조 저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 의원은 환경부 발표가 아닌 박 교수의 논문을 자신의 주장을 지탱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박 교수 논문에 따르더라도 4대강 이전인 2009년과 4대강 사업 후인 2013년 금강 하류를 비교한 결과, 수질이 좋아졌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8%,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26.8%, 총인(TP)은 58.2%, 클로로필a(Chl-a)는 47.6%가 개선됐다. 이 연구 결과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이번 4대강 조사위에 참여한 사람 중 국제학술지에 하천 관련 논문 게재한 사람 있는지 한번 묻고 싶다. 정작 4대강 조사위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같은 통상적 지표도 제외했다.”
“Let it be”
-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나?
“이념이다 이념. 확신범이다. 처음에는 (정권이) 재자연화라는 표현을 썼다. 나중에 네이밍이 자연성 회복으로 바뀌었다. 왜 그랬을까? 재자연화는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연상해보라. 당시 금강은 바지 걷고 대충 걸어서도 건널 수 있는 정도였다. 퇴적물, 폐기물 쌓인 모습과 척박한 바닥이 드러난 모습은 또 어떤가.
공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는 지역이다. 공주보 철거해 강바닥이 드러나면 관광객들이 또 오겠나? 그러면 여관, 음식점 망하고 수변지역 부동산 값 떨어질 거다. 문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사람이 먼저’라고 이야기해오셨는데, 그런 분이 지역 주민 의지를 이렇게 개무시하고 보 해체를 강행 결정해도 되나? 그러니 국민은 사람이 먼저라는 얘기를 ‘북한 사람이 먼저’라고 듣는 게 아니냐. 국민이 사회간접자본(SOC)을 파괴하라는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위임한 건 아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3월 4일 ‘충남지역 언론연합’과의 간담회에서 “농민들이 물 걱정을 하는 한 공주보 해체를 허락할 수 없다. 해체하더라도 농업용수 확보에 문제없는 상황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 ‘선(先) 대비 후(後) 철거’가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 양 지사 발언은 농업용수에 대비를 하면 해체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읽히더라.
“(양 지사 입장은) 처음부터 그랬다. 과연 이게 충남도민들의 의사를 충남지사가 잘 대변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 양 지사 주장은 자유한국당 주장과 다른 것 아닌가?
“전혀 다르다. 자유한국당 주장은 ‘Let it be’다. 그냥 내버려두라는 거다. 홍수 때 수문 열고, 갈수기 때 수문 닫아 모은 물을 금강 유역 주민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정부가) 계속 조사해야겠다고 하면, 개방했다가 물이 필요한 시기에는 닫아서 개방과 담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정도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
“모내기철 물 제대로 댈 수 있나?”
- 보를 철거하면 당장 올해 농업용수 확보부터 불가능하다고 보나?
“지난겨울에 눈도, 비도 안 왔는데 과연 4월 모내기철에 물 제대로 댈 수 있나? 환경단체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수변 지역에는 시설하우스 재배가 많다. 수막재배를 위해서는 섭씨 14~15도의 지하수를 뽑아 비닐하우스 위에 계속 뿌려줘야 한다. 수막재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이 하루 수t 수준이다. (보를 철거해) 금강 물 본류가 없어지면 수막재배를 더는 못한다.
환경부에서 부여에 와서 관정(管井) 파주겠다며 MOU(양해각서) 체결했다. 관정 자꾸 파다가 지하수 고갈된다. 유럽 선진국도 관정 안 판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고 땜질식 처방이다. 관정만 파서 될 일이 아니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해 들판 지하수가 낮아져 용수를 제때 대지 못해 농업에 피해를 주었다면 농민들이 가만있겠나? 나중에 민사소송까지 갈 거다.”
공주보 상부에는 공도교가 있다. 그 위로 차량이 다닌다. 환경부는 “차량 통행량을 감안해 공도교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교통권을 보장하면서 물 흐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환경부는 통행량을 감안해 보 기능을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루에 5000대가 지나가는데, 밑에만 부순다? 불안해서 어떻게 다니나?”
“원경 큰스님도 반대”
[박해윤 기자]
- 농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것인가?
“그거(손해배상) 들어가는 거죠. 어마어마할 것이다.”
- 환경부는 공주보 해체 후 40년간 얻게 될 편익(1230억 원)이 해체에 따른 비용 (1140억 원)보다 90억 원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40년 내구연한 기준으로 편익분석 해보니 해체하는 게 유지하는 것보다 연간 2억이 남는다는 거다. 연간 2억 남는다고 수백억 원 들여 해체한다? 이게 말이 되나? 보가 생겨 발생한 부가가치는 따지지도 않았다. 객관적 지표를 갖고 과학적으로 조사해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 나는 따른다. 조사위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4대강 사업 반대하던 사람 위주로 꾸려 철거를 전제로 결론 낸 조사를 우리보고 어떻게 수용하라는 건가.”
- 4대강 사업 하나를 두고 네 차례나 감사가 이뤄졌다.
“난센스다. 그런 사례가 없다.”
-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내지 않았나. 이후 정부(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연이어 4대강 감사에 나섰는데.
“사실 박근혜 정부도 지류지천사업을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 전 정권의 중심 사업이라고 하면 인정하지 않으려고 든다. 하지만 물 관리 문제는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다. 정략적 바이어스가 개입돼선 안 된다.”
-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진행한 감이 있지 않나. 현 여권과 환경단체 쪽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왔는데.
“뭐, 그렇죠. (하지만) 이런 예를 들어보겠다. 공주 마곡사에 주지 원경 큰스님이 계시다. 이분이 말하자면 충청남도 불교 도지사다. 원경 큰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4대강 사업 처음에 반대했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를 들여 치수, 이수 시설을 만들어놨는데 기왕에 만들어놓은 거 잘 활용해야 하지 않느냐. 이걸 때려 부순다니 무슨 말이냐. 나는 4대강 사업 반대한 사람이지만 때려 부순다는 것에 더 반대한다. 정부가 이를 강행하면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말사와 신도를 총동원해서 저지하겠다’고. 내가 녹음도 했다.”
- 이 문제를 계속 밀어붙일 생각인가.
“좌파 환경론자들은 (우리가) 정치선동하고 있다고 몰아간다. 그 얘기밖에 할 게 없어서다.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 자유한국당과 정진석이 정치선동해서 농민들이 들고일어났다는 식으로 대꾸한다. 되묻자. 정치선동은 누가 하나? 좌파 환경론자들이 하고 있다. 4대강 사업 후 강이 범람해 물난리가 난 일이 없다. 수재의연금 모아본 일도 없다. 가뭄도 다 극복했다. 금강권 수변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4대강 사업은 큰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문재인 정부)이 환경 이념 앞세워 이명박에 대한 한풀이로 이 축복을 빼앗아가려고 한다. 보수정권 사업이라 원상복구하겠다는 거다. 적폐청산이라는 정치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서 드러누워야겠지”
-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면 어쩔 것인가?
“정말 멀쩡한 보를 때려 부수겠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서 드러누워야 되겠지. 나 혼자 드러눕겠나. 농민들도 다 드러눕겠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농민들의) 성정이 격화돼 혹여 불상사가 날까 겁난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 탈원전이나 교육 문제처럼 공론화위원회를 꾸리는 건 어떻게 보나?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이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논의 한 번이 없었다.(헛웃음) 기가 막히다. 그러면서 주무장관은 민간인들이 해서 자기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다.”
- 직권남용 등 형사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인가?
“당연하다. 그러니 험한 꼴 당하지 않으려면 빨리 철회하고 백지화하라.”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