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人災 결론]조사단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 촉발”
○ 위험한 단층 조사 건너뛴 안전불감증
포항 지진은 비 오는 날 자동차 타이어가 밀리듯 지층이 밀리며 작은 지진이 발생했고 이런 작은 지진이 누적된 끝에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단층인 임계응력단층을 활성화해 일어난 것이다. 임계응력단층의 활성화를 촉진한 것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이었다.
이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임계응력단층의 존재를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했다면 지진을 미리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지열발전이나 셰일가스 추출 등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 사업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R&D) 과제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된 민간 기업인 넥스지오를 중심으로 포스코, 서울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지반 안정성 조사는 했지만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을 파악하는 것은 별개”라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포항 지하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단층 조사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지하를 4km나 파면서도 땅 밑에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한 셈이다. 이강근 단장 역시 “시간과 돈에 제약이 많은 프로젝트 구조상 임계응력단층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 따로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진 63번 났는데도 사업 강행
실제로 3번째로 지하에 물을 주입한 다음 날인 2017년 4월 15일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고 사업단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위기의 징후가 뚜렷했던 셈이지만 사업단은 지진 4개월 뒤 4번째와 5번째 물 주입을 강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컨소시엄의 연구진과 민간 연구진 등이 검토해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속 실증연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및 기상청이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모니터링 보고서 등에 따르면 물 주입 기간인 2016년 1월∼2017년 11월 총 63차례의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소 건립과 시험 운영 과정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 정밀조사 끝에 2009년 발전소를 폐쇄했다.
○ 지열발전소 책임 범위 놓고 논란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한 것이 아니라 ‘촉발’했다는 표현을 썼다. 지질학계에서 유발은 지열발전소가 직접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촉발은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촉발인 경우 유발에 비해 정부의 배상책임이 가벼워질 소지가 있다.
정부 조사연구단이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을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마정화 포항지진시민연대 위원장(왼쪽)이 연단 앞으로 나와 엄지를 들어올리며 미소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