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29일부터 6부작 방송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은 원작과 달리 시대적 배경을 1980년대에서 1979년으로 옮겼다. 1970년대는 유럽의 테러조직이 팔레스타인과 연계해 많은 사건을 벌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폭력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중동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은 극 중 스파이가 돼 사랑에 빠지는 베커(왼쪽)와 찰리. 퍼스트룩 제공
앞서 ‘더 리틀…’ 드라마 판은 지난해 10월 영국 BBC, 11월 미국 AMC에서 잇따라 방영했다. 이번 감독 판은 폭력에 엄격한 BBC, 욕설과 노출에 엄격한 AMC 때문에 펼치지 못했던 박찬욱 감독(56)의 디테일이 제대로 담겼다. 앵글, 색감, 음향 등이 그의 말대로 “집중해서 본다면 같은 것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감독판 시사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뉴시스
뭣보다 ‘친절한 금자씨’(2005년), ‘아가씨’(2016년) 등 박 감독 특유의 색감을 담은 화려한 미장센이 눈길을 끈다. 붉은색 벤츠, 찰리의 노란색, 파란색 드레스, 호텔의 초록색 벽지 등 기존 첩보물이 지닌 ‘칙칙함’을 탈피했다. 박 감독은 “1970년대의 히피문화, 보헤미안 룩 등 자유분방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화기, 녹음기 등 아날로그 향수를 자아내는 소품들도 디테일을 살린다. “미술이 가장 중요했다”던 박 감독은 직접 ‘빌리 엘리어트’(2000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년) 등에서 미술 감독을 맡았던 마리아 듀코빅을 섭외해 주길 제작사에 요청했다.
제작비 4000만 달러(약 452억 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그리스, 영국, 체코 등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스케일도 크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배경으로 한 찰리와 베커의 키스신은 아름다우면서도 고독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최초로 그리스 정부의 허가를 받고 공들여 촬영한 야경이라고 한다.
물론 영화와 다른 느린 전개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스파이물의 장르적 설정을 친절하게 풀어내려고 한 탓이다. 그래도 각 에피소드가 끝나기 직전 찰리가 새로운 인물이나 대상과 마주하며 드라마적인 긴장감이 이어진다. ‘더 리틀…’ 국내 방송 버전은 채널A에서 29일부터 6주간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영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