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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첫 공공미술 선보인 뷔렌 “언론자유 지켜온 동아일보와 뜻깊은 작업”

입력 | 2019-03-21 03:00:00

“자유롭고 열린 조직이라 느껴”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동아미디어센터의 규모가 크고,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상징성이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 온 동아일보의 건물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컸습니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1)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을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30년 전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서울은 같은 도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뷔렌은 1960년대 중반 아티스트 그룹 ‘베엠페테(B.M.P.T)’를 결성했고, 프랑스 68혁명 당시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줄무늬 패널을 등에 짊어진 사람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샌드위치 맨’ 퍼포먼스였다.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 듯한 줄무늬는 뷔렌이 택한 의도적 전략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번에 설치한 작품에도 흰 줄무늬가 포함됐다.

뷔렌은 파리 팔레 루아얄의 ‘두 개의 고원’(1986년),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아이의 놀이처럼’(2014년), 파리 루이뷔통재단미술관 ‘빛의 관측소’(2016년) 등의 작품으로 80대가 돼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뷔렌은 2006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개관전과 환기미술관 ‘공간의 시학’ 그룹전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벗어나 바깥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지난해 처음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구석구석 훑어본 작가는 처음엔 전체 빌딩을 단색으로 덮을 것도 검토했지만, 고민 끝에 다양한 색감이 더 잘 어울리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5층부터 20층까지 16개 층을 두 부분으로 나눠 비슷한 색조가 겹치지 않도록 8개의 컬러를 입혔다. 뷔렌은 “거대한 건물의 각 층에서 저마다 다른 업무를 하는 이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징한다”며 “아래부터 노랑과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로 명명하고 한글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철과 유리로 되어 있는 건축적 특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색이 내부로 유입되고, 밤에는 내부 형광등을 통해 빛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컬러 필름을 부착했어요.”

이번 전시는 동아미디어그룹이 20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뷔렌을 초청해 성사됐다. 뷔렌은 “제 작품을 보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사람들 각자의 몫”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동아일보가 굉장히 열려 있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옥의 전면을 변화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잘 진행해주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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