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투자합자회사 해산총회 참석… 컨소시엄 구성 26개 향토기업들 “부산상의 믿고 참여했는데…” 허탈
부산 지역 상공계의 숙원 사업인 부동산신탁사 설립이 좌절되자 ‘지방 홀대’라는 지적과 함께 참여 기업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사무실. 무거운 표정을 한 향토기업 임직원들이 차례로 들어섰다. 이곳에선 ‘스톤브릿지 금융산업 사모투자합자회사’ 해산 총회가 열렸다.
일부 참여자는 정부의 부동산신탁사 인가 공모 프로젝트를 주도한 부산상공회의소와 BNK금융지주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A사 관계자는 “부산상의와 BNK가 자신감을 보여 믿고 투자했는데 탈락에 따른 피해에 대해선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라”고 따졌다.
당시 부산상의는 “부산 기업들이 주주가 돼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하면 금융중심지를 지향하는 부산의 금융산업 발전뿐 아니라 오시리아 관광단지, 북항재개발, 엘코델타시티 등 각종 개발사업들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전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2009년 이후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 부동산신탁사는 부동산을 수탁받아 운용하거나 개발해서 수익을 나눈다. 재개발, 재건축 등을 직접 시행할 수 있어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려는 자본력 강한 금융사들이 탐을 내고 있다.
정부에서는 과당 경쟁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인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11개 업체만 운영 중이다. 이번 경쟁엔 총 12개 업체가 뛰어들었다. 이 중 부산부동산신탁사는 유일하게 지방을 기반으로 구성된 후보라는 점으로 차별화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12개 업체 중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3곳에 대한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위한 예비인가를 의결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의 외부평가위원회가 이들 3곳이 요건을 충족하면서 사업계획 등이 다른 신청회사에 비해 우수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26개 기업은 신탁사도 만들지 못한 채 각각 2670만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이들은 인가를 받는 데 필요한 회계, 법률 자문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우선 5000만 원을 납입했는데 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만 돌려받게 된 것이다. 출자금 명목으로 선납한 13억 원 중 6억9400만 원이 자문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캐피탈 관계자는 “비용을 쓸 때마다 컨소시엄 각 기업의 동의를 얻었고 외부 회계 감사도 받았다. 해산, 청산 등 모든 절차는 사전 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참여 기업은 지역 상공계의 대표 기관인 부산상의가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산상의 이갑준 부회장은 “선정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비용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홀대 정서가 너무 안타깝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BNK 관계자는 “부산상의의 제안을 받고 지역 경제를 위해 뛰어든 일인데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