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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t → 2023년 9665t… 태양광 패널 폐기물 눈덩이

입력 | 2019-03-22 03:00:00

수명 다한 패널 처리대책 시급




“저 상태로는 그냥 폐기물이에요.” 20일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금속원료 재생업체 디에스프리텍. 창고 한곳에 뽀얗게 먼지가 쌓인 태양광 패널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정인승 기술영업본부장은 “이걸 성분대로 분리해야 자원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태양광 폐패널을 각 성분대로 분리하는 기술 개발이 현재 마무리 단계다.

태양광 패널에는 모듈을 둘러싼 알루미늄과 유리, 에바(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를 비롯해 실리콘 웨이퍼에 은을 첨가한 태양전지, 납과 주석으로 도금된 구리선 등이 혼합돼 있다. 재생업체 디에스프리텍에선 폐패널의 알루미늄 지지대를 제거한 뒤 선별기와 열분해장치로 유리와 에바, 구리 등을 분리하고 실리콘 웨이퍼에서 은을 추출한다. 현재 국내에선 태양광 패널을 성분대로 분리하는 설비를 갖춘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지난해 배출된 폐패널은 20t 남짓이어서 아직까지 폐패널 처리에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내 태양광발전은 198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매년 1MW 이하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주택 보급 사업이 시작된 2004년부터 점차 늘기 시작했다. 현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급증 추세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력,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7.9%다. 이 비율은 빠르게 늘어 2020년 40.4%에 이어 2030년에는 50.9%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태양광 에너지 발전 예상량이 1만8904MW에 이를 전망이다.

태양광 에너지 비율이 늘어나면 그만큼 수명이 다한 태양광 패널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설치 연도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15년에서 25년가량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지난해 5월 펴낸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올해 배출될 폐패널은 198t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3년에는 9665t, 2032년에는 2만7627t, 2037년에는 5만4950t으로 폐패널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폐패널 처리 기술과 전문 처리업체를 시급히 양성하지 않으면 조만간 ‘폐패널 처리 대란’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회비를 내 ‘PV CYCLE’이란 공제조합 성격의 단체를 만들었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다했거나 파손되면 이 단체에 연락만 하면 된다. 이 단체가 태양광 패널 회수와 재활용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폐패널 처리 대란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수도권과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등 권역별로 ‘폐패널 거점 수거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또 태양광 폐패널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품 폐기 및 재활용 비용을 생산자에게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두고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

관련 규정도 미리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태양광 패널을 처리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그냥 매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널 안에 있는 은과 실리콘 웨이퍼, 구리 등은 모두 재사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하지만 패널을 그대로 매립하면 패널 내 구리나 납 등이 토양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이 된다.

진천=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