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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구는 핵폐기 아닌 핵동결… 한국 미세먼지도 中으로 날아가”

입력 | 2019-03-22 03:00:00

강경화 외교장관 발언 잇따라 논란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 21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한 건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하노이 결렬’ 후 미국이 거듭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목표로 강조해온 상황에서 한미 엇박자 발언이 또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생화학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내걸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러자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이 “미국이 요구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 장관이 핵 동결이라고 했다”고 다시 물었지만 강 장관은 “모든 핵·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동결”이라고 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이번 미국 목표는 동결이었다는 뜻이며 (전체적인) 비핵화 개념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 한국의 비핵화 개념이 같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강 장관은 같은 회의에서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계절에 따라서는 우리 강토 내에서 발생하는 게 중국 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북서풍이 많이 부는 겨울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남동풍이 불곤 한다. (강 장관이) 미세먼지가 초국경적인 이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식적인 수준의 일반론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미세먼지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우리 쪽에서 간다는 발표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밝히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써야 할 외교 수장이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세먼지 외교전이 격화된 상황에서 중국에 빌미를 준 것 같다. 중국이 이 발언을 근거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