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거나 고쳐 쓴 흔적이 없고 필획의 시작 부분에 비틀림 없이 곧은 것은 솔직하고 순수한 성품을 말해준다. 친구를 잘 사귀었던 몽양은 집에 있는 돈이나 물건을 동무들이 탐내는 대로 나눠줬다. 동네에 상사가 나면 종이나 상민의 일일수록 더 잘 보살펴줬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가서 긍정적이며 밝은 성향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몽양은 영원한 청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인 이관구는 한마디로 “싱싱했다”고 회상한다.
정사각형으로 매우 반듯해서 고지식하고 배운 대로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교활한 사람들이 쓰는 세로로 긴 글씨와 거리가 멀다. 몽양은 술, 담배, 노름 같은 취미는 전연 없었고 오직 독서와 사색과 운동에만 깊은 취미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름의 첫 글자가 크지 않은 것을 보면 과시욕이나 무대 기질이 많지 않았다. 필획이 깨끗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을 보면 하지 중장의 평가대로 음흉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민족적, 도덕적, 혁명적 순결성에 부합하는 글씨체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