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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땐 지진 위험” 경고 외면한 정부

입력 | 2019-03-22 03:00:00

2008년 연구용역 보고에도 無대책… 발전소 사업 강행, 포항 지진 자초
시민 2700명 “정부에 손배소 낼것”




경북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드러난 지열발전소를 착공하기 4년 전인 2008년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지진 발생 빈도가 크게 늘 수 있다는 경고가 정부 용역보고서에 담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를 간과한 채 사업을 진행해 대규모 지진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열시스템이 토양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 및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지하수토양학회가 작성했다. 지열발전 사업단에 들어간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연구의 전문성을 높였다.

보고서는 “일부 지역에서는 열수를 꺼내거나 다시 주입하는 경우 지진의 원인이 되거나 지진의 빈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인용해 발전을 위해 땅속에 물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면 지진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반면 물 주입을 줄이면 지진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관측 결과를 그래프로 설명했다.

보고서를 쓴 이진용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당시 한국에서도 지열에너지 활용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지진 위험이 있다는 내용을 반영했다”고 했다. 연구용역을 발주한 환경부는 지반침하 등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관련 규정 개편에 보고서를 참조하겠다고 했지만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실질적인 지진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아울러 지열발전 사업단은 지진 대비 매뉴얼을 2016년 말 만들었지만 이는 민원 해소 등 사업 추진 과정상의 불협화음을 줄이려는 성격이 짙었다. 지열발전 사업을 발주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사업단은 ‘신호등 체계’로 불리는 5단계 진동 관리 규정을 확정하며 ‘미소(微小)진동으로 인한 민원 문제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 대중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했다.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 발표 다음 날인 이날 하루에만 약 1500명이 정부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혀 소송 참가자는 약 2700명으로 늘어났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포항=박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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