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정치부 기자
최근 장관들에 대한 이 총리의 ‘잔소리’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질책의 강도는 세지고, 빈도도 잦아졌다. 평소 공개석상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 총리지만, 공무원들을 질타할 때만큼은 달라진다. 이 총리가 목소리를 높이면 고개를 숙이거나 어깨를 움츠리는 장차관들이 적지 않다. 올해 들어 이 총리가 장관들에게 강조하는 화두는 ‘준비 유전자(DNA)’다. 이 총리는 한 회의에서 “공무원들은 준비 DNA가 없다. 식사 시간이 다가와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장도 미리 보고, 조리법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건 사고가 발생해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공무원들의 관행을 질타한 것이다.
현장보다는 보고서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행태도 이 총리의 단골 지적사항이다. “보고서만 보면 대비가 완벽해 보인다” “정책은 현장에서 반드시 굴절된다” “미약한 정책은 수필이지 정책이 아니다” 등 총리의 관련 어록만 종이 한 장에 이를 정도다. 이렇게 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문재인 정부 3년 차의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인 듯하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가 바로 집권 3년 차이기 때문이다.
총리의 메시지가 고위공무원단을 넘어 일반 공무원 사회로 전파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한 부처 공무원은 “총리에게 혼이 나는 건 주로 장차관과 1급(실장)인데, 2급(국장) 이하 공무원들은 ‘룰루랄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여당 안팎에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집체교육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총리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일선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민의 삶은 나아지기 어렵다. 공무원 망국론을 넘지 않고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래저래 이 총리에게 ‘악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유근형 정치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