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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터지자 “마약과의 전쟁” 선언…‘뒷북’ 맞네

입력 | 2019-03-24 07:07:00

밀수 폭증에도 단속예산 4년째 줄고 수사비 제자리
“경찰 외 유관부처 앞장서 마약 관련 대책 만들어야”



© News1


국내 밀반입 마약량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단속 관련 예산과 인력은 오히려 줄거나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경찰에만 마약 문제 해결을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단속 관련 예산은 4억7993만원으로 처음으로 4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6억357만원이었던 마약 단속 관련 예산은 2016년 5억7360만원, 2017년 5억3667만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감소해 왔다.

마약 퇴치 홍보 포스터 제작 등 홍보예산을 빼면, 순수 마약 수사비는 지난해 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수사비는 2015년까지 4억원이었지만, 2016년부터 3억원으로 줄어든 뒤 다시 늘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마약 단속 인력은 지방청 마약수사대 142명, 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 78명 등 약 220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206명)에 비하면 소폭 늘었지만, 마약 투약자와 마약류 적발수를 고려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마약 유통량은 적발량의 10배에 달한다는 학계 통론에 비춰볼 때, 마약 거래·흡입이 늘어나는데도 경찰이 단속을 게을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마약류 사범 단속실적은 Δ2014년 9984명 Δ2015년 1만1916명 Δ2016년 1만4124명 Δ2017년 1만412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1만261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작년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298.3㎏으로 전년(35.2㎏)보다 8.5배가량 급증했다. 대량 밀수사범 검거가 영향을 미친 결과이긴 하지만 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전체 마약 압수량을 합친 것(184.3㎏)을 훌쩍 넘긴 수치다.

마약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올 초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수사 방향을 돌렸지만 거래 수법이 교묘해 단속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새 수사기법에 따른 인력과 예산 확충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버닝썬 사건 터지고서야…부랴부랴 ‘마약과의 전면전’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을 필두로 유명 클럽들에서 마약 유통과 이를 이용한 성범죄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경찰은 이제서야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25일부터 부터 오는 5월24일까지 3개월 간 전국 클럽 및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마약 관련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의 목표는 마약을 매개로 이뤄지는 ‘범죄 카르텔’의 해체다. 마약류 밀반입·유통(1차)과 유통된 마약류를 이용한 성범죄(2차), 성범죄 과정에서 확보한 불법촬영물 유포(3차) 등의 범죄에 연계된 세력들을 모두 소탕하겠다는 얘기다.

그만큼 수사 인력도 대폭 확충했다. 전국 지방청 마약수사대 152명, 전국 경찰서 마약전담팀 113명 및 마약담당 형사팀 798명 등 1063명을 비롯해 형사, 여성청소년, 사이버, 외사수사 등 범수사부서 수사관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하지만 유명 클럽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마약 유통과 판매, 흡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진 뒤에야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면서 오히려 뒷북 대책 논란도 나온다.

◇“경찰만으론 안 돼…범정부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경찰에만 마약 수사와 예방을 모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관세청 등 유관부처가 앞장서서 마약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마약 밀반입을 탐지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는 선진국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마약사범을 초기에 잡으려면 공항이나 항만에 관련 인력 및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정부에서는 마약 중독자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산돼 있는 마약 관련 대책 기구들을 우선 한 곳으로 모아 체계적인 마약 대책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마약 중독자 위주 검거에 집착하지 말고 마약 관리와 유통의 허점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