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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KT 황창규, 정치권 줄대기 위해 20억 원 썼다”

입력 | 2019-03-24 14:19:00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동아일보DB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황창규 KT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며 정치권 인사, 군인·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들을 경영 고문으로 위촉, 정치권 줄 대기와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철희 의원은 지난 2014년 1월 황회장이 취임안 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이 담긴 자료를 공개하며 “이들에게 지급된 자문료만 2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 3명, 업계 인사 2명 등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매월 수백만 원의 보수를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의원은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 측근은 3명이나 위촉됐다"며 "이들은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으며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남○○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월 603만원을 받고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고,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활동한 이OO은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 경력을 발판으로 KT에 영입됐다"며 "정치권 출신 고문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고 했다.

군·공무원 출신 경영고문이 정부 사업 수주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오른 경영고문 남모 씨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이다"고 설명했다.

당시 KT는 경쟁사 SKT를 제치고 750억 원짜리 ‘국방광대역통합망(M-BcN) 주·보조노드 회선 임차 사업’을 입찰한 바 있다.

또한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정보관) 등 이른바 ‘정보통’인 경찰 출신 인사를 고문으로 앉혔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 의원 측은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며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 업무였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았을 때”라며 “정치권 줄 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