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 우려 갈수록 확산… 국채 10년물 금리 4개월째 뚝뚝 12년만에 장중 3개월물 아래로, 獨 국채 10년물 금리도 마이너스로 韓 1월 수출, 1년 전보다 5.9%↓… 증가율, OECD 하위권으로 추락 한경硏, 올 성장률 2.7%→2.4% 하향
이 때문에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2% 안팎 급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 전반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번지고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회피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 어김없이 경기침체로 이어진 극히 이례적 현상
이 같은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강력한 선행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9차례의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있었는데 이 중 2008년 금융위기를 포함해 8차례의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금리 역전이 시장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에서 이례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 장기 채권은 통상 단기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 장기간 자금이 묶여 있는 만큼 더 높은 수익을 약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투자자들은 향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예상하게 된다. 결국 높은 금리가 약속된 장기물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채권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채권 금리는 하락). 실제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4월 3%대를 넘으며 강세를 보였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언급한 지난해 11월 말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 역전이 마침내 현실화하자 이번에도 투자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2일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7% 하락하며 1월 3일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90%), 나스닥지수(―2.50%)도 큰 폭으로 내렸다.
장기 금리의 하락세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2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유럽 지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87억 달러에 그쳤지만 채권형 펀드로는 1210억 달러가 몰리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수출 의존도 심한 한국 경제 우려
세계 경제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이 일시적인 시장의 급변동이 아닌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성이 크다.
특히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5.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가 작성된 OECD 32개 회원국 중 26위로 한국의 수출 감소세가 다른 국가보다도 심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OECD 회원국 중 2위였지만 이후 가파르게 순위가 떨어졌다. 수출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에도 수출은 1년 전보다 4.9% 감소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수출 성장세 위축과 투자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아진 2.4%로 전망했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