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 지닌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일대기 무대로 액터-뮤지션 KoN 열연 돋보여
파가니니 역할을 맡은 배우 ‘KoN’(콘)이 극 중 ‘샬롯’을 팔로 감싼 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 파가니니는 샬롯에게만은 음악이 가진 순수한 매력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HJ컬쳐 제공
돈을 좇는 자, 신념에 매몰된 자, 자신의 음악에 갇힌 자…. 뮤지컬 ‘파가니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욕망을 저마다의 연주와 노래로 무대 위에 구현해냈다. 빼어난 바이올린 연주와 호소력 짙은 넘버는 관객의 ‘귀 호강’을 보장한다.
작품은 연주 실력이 너무나도 뛰어나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던 음악가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의 일대기를 그렸다. 그는 세간의 질투를 받으며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스스로 악마임을 고백하라는 교회, 자본의 강요에 시달린다. 어려서부터 불우한 환경 때문에 온전히 음악을 사랑할 수 없었던 그는 권력 집단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내 음악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지켜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고 울부짖으며 다시 바이올린 활을 잡는 그에게 궁극적 욕망은 오로지 음악이었다.
극 중 자본, 교회, 음악을 상징하는 배역 간의 대립 구도와 넘버가 몰입도를 높인다. 욕망을 위해 서로 뭉쳤다가도 금세 돌아서며 수시로 ‘적’을 만들어내는 전개가 흥미롭다. 무대 중앙에서 파가니니가 바이올린 연주를 펼칠 때면 수시로 무대 2층과 측면에서 다른 배우들이 복합적 장면을 연출한다. 파가니니를 악마로 몰아세우는 사업가 ‘콜랭’과 신부 ‘루치오’가 펼치는 호소력 짙은 넘버들이 듣는 재미를 더한다.
작품에선 ‘액터-뮤지션’으로 파가니니를 연기한 ‘KoN’(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홀로 배역을 맡아 공연 때마다 바이올린 연주와 안정적 노래, 연기까지 병행해야 하기에 우려도 컸다. 하지만 보란 듯이 록클래식 버전의 파가니니 곡을 완벽히 연주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파가니니와 콘 사이엔 재밌는 공통점도 있다. 실제 파가니니가 긴 손가락을 타고나 천재적 연주가 가능했던 것처럼 극 중 콘 역시 타고난 긴 팔을 활용해 ‘샬롯’을 뒤에서 감싸는 자세로도 바이올린을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었다. 콘, 김경수, 서승원, 이준혁 출연.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3만3000원∼6만6000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