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제재 다음날 “추가제재 철회”

○ 北의 도발 차단에 직접 나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위협과 함께 도발 모드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직접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예정된 실무 부처의 대북제재 부과 방침을 철회해 대북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제재를 유지하되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상황을 관리하며 북한의 대응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로버트 뮬러 특검이 법무장관에게 ‘러시아 스캔들’ 관련 최종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야당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외적 상황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 부정확한 트위터 메시지로 혼선 가중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잠시 동안 큰 혼선을 빚었다. 재무부가 전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부과한 제재 시점이 ‘오늘’로 돼 있고 ‘이런 제재들을 오늘 취소시켰다’고 돼 있어 하루 만에 제재를 전격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1일 발표한 제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물론이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적으로 그 의미를 강조한 대북 압박 조치였다. 이를 두고 언론의 질의가 빗발쳤지만 백악관과 재무부 당국자들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제때 대답하지 못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지 3시간쯤 지난 뒤에도 당국자들은 “우리는 허를 찔린 상태”라고 토로했다. 외교 소식통을 통해 “기존 제재는 유지된다”는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날 저녁 무렵이었다.
이를 두고 “참모진마저 당황하게 한 외교정책의 혼선”이라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북 유화 메시지’로 비핵화 협상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 같은 강경파들이 앞장서 강조해온 ‘최대 압박’ 기조에도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