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무조건 덮기보다 지진탐지 모니터링으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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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건설된 지열발전소는 현재 지하 4.2km와 4.3km까지 수직으로 뚫어놓은 상태다. 이 시추공(지열정)은 ‘PX-1’와 ‘PX-2’로 명명돼 있다. 민간기업 넥스지오 주관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학교·포스코·이노지오테크놀로지·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한 지열발전 연구팀은 지난 2010년부터 뚫은 이 시추공에 지난 2016년부터 ‘인공저류 지열발전 방식’(EGS)을 구현하기 위해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했다.
EGS는 수압으로 암반을 깨뜨려 물을 주입할 틈을 만든 후 지열을 통해 데워진 물을 올려 전력을 만드는 지열발전 방식이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이 과정에서 미소지진이 유발됐고, 결국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을 촉발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학계는 수년 넘게 애써 뚫은 시추공을 메워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시추공(PX-2)은 단층면과 가장 가깝다. 이는 단층면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뜻이다. 정부조사단 결과에 따르면 ‘PX-2’ 시추공의 지하 3.89km 지점에 포항지진을 유발한 단층이 확인됐다. 이 단층은 앞으로 또 지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 News1
지하수위가 차이가 나면 수위를 맞추는 ‘정상상태’(steady-state)가 되기 위해 암석이나 지반 간극을 통해 천천히 지하수가 이동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또다른 응력이 발생할 수 있고 단층면 등에 직접적인 응력이 가해져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모니터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한 지질학자는 “지질발전소의 시추공은 우리나라 최초로 4km까지 뚫은 것이므로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무조건 덮어버리는 것보다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지질학자는 “깊은 곳에서 지진을 감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포항은 물론 동남권을 넘어서 우리나라 지진 예측기술이나 모니터링 기술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을 위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포항범시민대책기구’는 “흉물로 방치된 지열발전소를 즉시 완전폐쇄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면서 “피해지역에 추진하는 재건 수준의 특별도시재생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직접 해야 한다”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