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 명분 삼아 與 입법 추진 '힘 싣기' '공수처법' 반대하는 한국당에 정면 돌파 의지 靑 "권력기관 은폐 사건, 공수처 필요성 방증"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국회에 권력기관 개혁 입법 통과를 촉구한 것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와도 무관치 않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접점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대 쟁점 안건인 공수처법의 조속한 합의를 다시금 주문하여 여당을 지원 사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도출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야합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사법개혁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4당 공조에 균열이 생겼다. 바른미래당 측에서 공수처의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공수처 안(案)을 제시한 상태다. 공수처 안이 받아들여지고 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추후 패스트트랙 지정 관련 당론 수렴 절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러한 여야 4당의 공조 움직임에 대해 극렬 반대하고 있다. 도리어 바른미래당을 향해 ‘우파 야권 단결’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에 대해 “연동현 비례제도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 안 된다”며 “지역구는 정당뿐만 아니라 인물 투표도 있는데 그 투표수 삭제는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쟁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공수처법 처리를 문 대통령이 또한번 언급한 것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성 비위 의혹 등을 명분으로 삼아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한 배경과 관련해 “권력 비리 사건에 대한 질타를 하신 것”이라며 “여러가지 권력기관의 은폐 사건들이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제시한 공수처 안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상해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패스트트랙을 지연시킬 수 없다”면서도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 바른미래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반영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여야 모두가 3월 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입법기관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및 경제법안 통과를 함께 촉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