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 한국외국어대 국제개발학과 교수
이 사건이 지난해 트위터에서 퍼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미국에서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성 김(김성용) 전 주한 미국대사(현 주필리핀 미국대사)처럼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어도, 멜라니아 트럼프 부인처럼 영어 원어민이 아니더라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부모 중 한 명이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다 미국 사람이다.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모국과 관련된 일만 해야 하는 것처럼 하는 말이나 행동은 인종차별이다. 미국, 유럽, 호주 등 다문화 다민족 사회에서는 아직도 위의 예보다도 더 심한 인종차별 혹은 혐오 발언 사건들이 있지만 차별 및 혐오 발언에 대한 인식도 강하다.
한국은 외국인, 소위 국제결혼 그리고 귀화 한국인이 아직 많지 않아서 이런 이슈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양극화 문제 등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구조화된 폐쇄적인 행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어떤 행위들이 폐쇄적이고, 차별이고, 혐오 발언인지에 대한 인식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언론, 교육기관들, 시민사회 모두 각자 할 역할이 있다.
가끔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고 연락이 온다. 외국인, 소위 다문화가족, 귀화 한국인 관련 프로그램들은 오락 가치를 위해서 한국에서 살면서 뭐가 놀랍고, 뭐가 다르고, 뭐가 신기한지 등 ‘외국인’ 입장에서 ‘다름’에만 집중한다. 다름에만 집중을 하니 다른 배경에서 온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서 더 소원하게 만든다. 언론이 그리는 그 ‘외계인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요청들이 들어오면 거절한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다민족 사회가 돼가는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 대 타인’ 같은 양극화를 피하는 것이다. 비자 관련 법적인 부분 외에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 직원, 교사, 교수를 ‘한국인 대 외국인’으로 구분하는 것은 양극화만 심해지게 한다. 학교나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역량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구조화하는 행동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다문화가족 혹은 학생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때 다른 한국 가족이나 학생과 다르다는 것을 구조화하면 역량 강화가 되지 않고 양극화만 된다. 한국 사람과 결혼한 유명한 귀화 한국인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아들이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인인데 왜 계속 외국인 관광객처럼 나를 경복궁 답사시키냐”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체성은 인종, 국적뿐만 아니라 양파 껍질처럼 세세한 요인들로 이루어진다. 한국 사회에 정착한 사람이라면 한국 사람과 비슷한 점이 다른 점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일단 똑같은 사람이고, 아이 교육, 미세먼지 등 똑같은 고민들이 있고, 같은 한국 사회의 일원이고, 귀화 한국인은 법적으로 똑같은 한국 사람이다.
최근까지는 한국을 좋아하고, 이 사회를 위해서 고민하고, 한국어를 다른 외국 사람들보다 잘하는 ‘외국인’이었다. 이제는 한국을 사랑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지만, 한국어가 다른 한국 사람들보다는 조금 짧은 ‘한국인’이다. 해외에서나 한국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물어볼 때 자랑스럽게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필자 같은 인종이 다른, 혹은 섞인 한국인과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만큼 양극화를 피하고 더 나은 한국을 만드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위해 같이 고민할 때다.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 한국외국어대 국제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