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때 금호생명 우승 주역 슈퍼루키 암 수술 극복 후 코트 복귀 후배 이끌어 마지막 순간 코트 지킨 배려 리더십 대선배를 향한 박지수의 양보도 돋보여
KB스타즈의 사상 첫 챔프전 우승을 도운 뒤 기뻐하고 있는 정미란(왼쪽) 강아정 안덕수 감독. WKBL 제공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최고 루키 박지수(21)를 빼고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있던 정미란(35)을 내보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을 코트에서 맞이하게 하려는 팀내 맏언니를 위한 사령탑의 배려였다.
KB스타즈가 삼성생명과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치른 25일 경기 용인실내체육관. 이날 KB스타즈는 삼성생명을 3연승으로 제치고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생명과의 챔프전 3차전 종료 53초전 후배 박지수와 교체돼 코트에 처음 나서는 맏언니 정미란. WKBL 제공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가 철부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언니,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얘기 듣고 충고를 받아들이면서 인성도 더 좋아졌다”며 “마지막에 정미란 투입할 때 내가 먼저 나가겠다는 모습을 보여 지수한테 넌 정말 큰 선수가 될 것이다고 말해줬다”로 설명했다.
안 감독은 또 “정미란 내보낼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지수는 또 버팀목이고 성영이를 고민했는데 지수가 먼저 다가서더니 내가 나가겠다고 사인을 줬다. 그래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보탰다.
안 감독은 평소 정미란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 이날 역시 그는 “일본에서 코치로 생활하면서 전주원,임영희 등 훌륭한 선수를 봤다. 운동 자세,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모범적이다. 우리팀 정미란도 마찬가지다”고 칭찬했다.
신인 때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뒤 사복 차림을 한 정미란(오른쪽)
안덕수 감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때도 정미란을 교체 투입하려다 경기가 멈추지 않아 불발된 뒤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KB스타즈가 오랜 기다림 끝에 통합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던 데는 스타, 주전, 후보, 고참 등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만 팀을 이끈 안 감독의 리더십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미란은 삼성생명과의 챔프 2차전을 마친 뒤 “만약 올 시즌 팀이 우승하고 내가 은퇴를 한다면 시작과 끝을 우승으로 장식하는 선수가 된다. 최초 아닌가”라는 말을 남겼다.
15년 전 스무살 나이로 처음 우승의 기쁨을 맛본 정미란.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정상에 선 그의 표정이 밝기만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