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17장 서면 준비해 작심발언 "압수수색 절차 하자 경미한거 아냐" "검사 말에 진솔한 대화한거 후회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중간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이 압수한 USB 속 파일의 증거능력을 두고 작심한 듯 2시간여 동안 열변을 토해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6일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도 지난 공판에 이어 USB 속 파일의 증거능력이 주된 쟁점이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7월21일 임 전 차장의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USB를 압수했다. 해당 USB에는 퇴임 전후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수천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같은해 7월25일 임 전 차장의 사무실 등을 2차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은 “(USB 관련 설명을) 17장 정도 써왔다. 구술로 하고 제출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검찰의 USB 압수 경위가 위법하다고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대법원 판례들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우리 헌법은 ‘영장주의’를 선고하고 이에 유관한 증거는 절차적 하자 여부가 본질적으로 중대하다”면서 “이 사건의 압수수색 절차의 하자는 단순히 경미한 것이 아니고, 5가지 유형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이 지적한 유형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제시한 범위·방법을 위반한 경우 ▲압수물건에 포함되지 않는 증거물을 압수한 경우 ▲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와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한 경우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 정보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영장발부시 조건이 부가된 압수대상의 방법 제한을 위반한 경우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은 제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이상 영장을 읽어봤다고 하는데 영장내용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제시받은 바가 없다”며 “영장을 한두번 읽다가 요약하기 위해 메모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해 암기하려고 했지만, 방대한 분량과 어수선한 분위기, 검사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암기를 포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사가 온화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저를 ‘차장님’이라 호칭하며 경계심리를 무장해제하고, 숨기고 있는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집요하게 계속 회유했다”면서 “저는 검찰의 수사 객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진솔하게 얘기했는데 이같은 대화가 수사목적 달성을 위한 가장된 분위기 조성이라는 것을 알게 돼 후회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