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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윗선 수사 예정대로… 신미숙 靑비서관 피의자로 소환 방침

입력 | 2019-03-27 03:00:00

김은경 前환경장관 구속영장 기각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오전 2시 반경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검찰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치소에서 대기했던 김 전 장관은 영장 기각 직후 석방됐다. 뉴시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52)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날 새벽 기각됐지만 검찰은 이미 확보한 증거에 따라 이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 수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 청와대 비서관 피의자로 소환 방침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환경부 인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신 비서관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신 비서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선의 결정 권한을 갖고, 공모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신 비서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선뿐 아니라 공모 탈락 인사의 민간업체 대표 취임에도 관여한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9기)는 이날 청와대의 산하기관 인선 개입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김 전 장관의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 시부터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의자에게 직권남용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팀은 “법원의 결정은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장관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내정인사 공모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낙하산 인사 방지’라는 공모 절차 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선 불법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박 부장판사가 불법이라는 법적 판단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검찰의 시각이다.

김 전 장관이 직권남용의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기각 사유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각 사유에 위법성 인식이 희박하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살인자가 형법 250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이 없어도 범죄 성립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것처럼, 김 전 장관이 스스로 위법이지만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행위를 했으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각 사유 중 ‘민간업체 취업 압력’ 없어

644자 분량의 기각 사유에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산하기관 공모의 채용 특혜 및 내정인사의 민간업체 취업 압력 혐의(위계·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아예 빠져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산하기관 공모에서 내정 인사들에게 사전에 응모 기관의 업무 계획 자료나 면접 예상 질문지 등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탈락한 청와대 내정 인사 박모 씨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출자한 민간업체 대표로 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환경부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문건도 확보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모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측근을 앉히는 것과 절차를 어기고 채용 특혜를 주면서까지 앉히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실질심사 전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법원의 균형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영장기각 이후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영장심사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물론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분까지 앞장서서 압박한 게 제대로 작동했다”면서 “이 정권의 사법부 겁박은 농단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한상준·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