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50주기 맞아 다양한 행사 열려

왜소한 체구에 병약했던 신동엽 시인. 시대를 노려보는 매서운 정신으로 김수영 시인과 함께 한국 민중문학의 포문을 열었다. 소명출판 제공
‘껍데기는 가라’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시인의 시는 1960년대에 주로 발표됐으나 1970, 80년대에 널리 읽혔다. ‘저항’ ‘혁명’ ‘민족’을 노래한 그의 시는 엄혹한 시절 대학가의 정신을 지배했다. 1969년 4월 7일 간암으로 39세에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50년. 더 큰 틀에서 작품 세계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964년 5월 서울 창경궁에서 함께한 누이 신명숙, 장남 신좌섭, 부인 인병선, 신동엽 시인, 장녀 신정섭(왼쪽부터). 1967년 1월 ‘52인 시집-현대한국문학전집’ 제18권에 수록된 ‘껍데기는 가라’의 초고. 소명출판 제공

김응교 시인
50주년을 맞아 2005년 발간된 평전 ‘시인 신동엽’(현암사)이 최근 재출간됐다.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소명출판)으로 제목을 바꾸고 일부 내용을 고치고 더했다. 가난한 농민의 장남으로 태어나 남다른 총기로 명시를 남긴 시인의 일생을 촘촘히 되살렸다.
시에 나타난 그의 사상은 생태적 평화주의자에 가깝다. 한반도 화해 무드가 조성된 요즘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김형수 시인
올해 1월 유튜브 채널 ‘문학난장’을 열고 시인의 작품과 생애를 소개하는 동영상 19편을 올렸다. 올해 100편 업로드가 목표다. 생전 시인도 ‘내 마음 끝까지’라는 동양라디오 심야 방송 대본을 집필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새 시대의 채널로 그가 독자와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는 오랜 기간 평론을 공부했다. 그래서 언어 세공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신동엽만큼 문명을 깊이 사유한 시인은 드물다. 쉽고 간결한 어휘로 ‘중립론’ ‘전경인’(인문학적 농사꾼) 같은 개념을 내세워 민족과 역사의 미래를 논했다. ‘향아’ ‘금강’ 등 시 전편에 이런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박준 시인
습작 시절 그의 시집을 펼쳤는데 동시대 시인들과 결이 달랐다. 형식 실험과 전통 시에 몰두한 당시 분위기에서 신 시인은 민족을 파고들었다. ‘금강’ 등에서도 역사성이 현실과 이어지는 자각이 묻어난다. 도시화의 이면을 포착한 ‘종로5가’를 특히 좋아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