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포부두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의 주요 원료공급 통로인 낙포부두가 낡아 폐쇄위기에 놓였다. 부두 바닥 곳곳이 패어있거나 접안시설은 녹이 슬어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노후화 낙포부두 원료수급 차질
부두 아래쪽 선박과 저장시설인 탱크를 연결하는 파이프는 녹이 슬었다. 부두를 지탱해주는 콘크리트 기둥 속 철근은 볼썽사납게 튀어 나와 있었다. 길이 1050m에 이르는 낙포부두는 1979년 완공됐다. 배 5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이 부두에는 각종 화학제품 원료를 배에서 탱크로 옮길 수 있는 파이프라인 89개가 설치돼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 37곳이 쓰는 요소 암모니아 비료 인산 소금 에탄올 등은 낙포부두를 통해 들어와서 세계 각지로 실려 나간다. 낙포부두는 여수산단에서 생산하는 화학공업제품 47%를 처리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최근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4선석은 C등급, 1선석은 D등급으로 안전사고 위험에 취약했다. 노후한 파이프라인으로 옮기는 질산 황산 암모니아 등 화학물질은 해상 유출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낙포부두가 언제든지 부두 폐쇄 수준인 E등급으로 낮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그럴 경우 화학원료 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다.
해양수산부는 2010년 낙포부두 리뉴얼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전국 항만 접안시설 565개 가운데 낙포부두가 리뉴얼 1순위로 꼽혔다. 해수부는 사업비 1606억 원을 들여 낙포부두를 다시 지을 생각이었다.
여수산단 기업들은 정부가 광양항 석유화학 관련 부두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여수산단 기업들이 광양항 석유화학 관련 부두 20곳을 통해 처리한 물량은 2017년 기준 1억4455만 t이다. 부두 20곳 중 4곳은 암모니아 황산 가성소다를 비롯해 에탄올 메탄올 등 화학제품 원료만을 처리한다. 이들 화학공업제품부두는 낙포 중흥 화학 사포 부두다. 이 4곳에 지난해 대형 선박 4387대가 정박했고 평균 체선(滯船)율은 28%를 나타냈다. 선박 100척 중 28척이 부두 접안을 위해 12시간 이상 해상에서 대기한다는 의미다. 체선율은 해마다 증가해 선박 접안 정체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광양항 부두 38곳 중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운영하는 공용부두는 9곳으로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수탱크터미날 저장시설을 이용하는 굴지의 정유회사들은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이 지연돼 손실이 발생할까 걱정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신규투자를 망설이거나 물류센터 해외 이전을 검토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여수산단이 천혜의 항만조건과 집적화한 석유화학시설을 갖춰 동북아 석유화학 허브로 도약하고 있지만 낙포부두가 폐쇄되면 화학원료 공급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석유화학허브 기능 또한 약화돼 고용이 감소하고 공장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비료를 생산하는 남해화학은 낙포부두를 통해 원료를 공급받는다. 낙포부두로 배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연간 추가 운송비용이 4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게 되면 공공재 성격이 강해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온 비료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수상의 등이 지난해 말 안전성 조사를 해보니 낙포부두 세부 안전등급은 더 나빠졌다. 여수상의 등은 해수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달라고 건의했다. 해수부는 28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서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 추진에 대해 여수산단 기업 및 지역사회와 논의한다. 해수부도 예비타당성 조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해수부는 이날 논의를 통해 광양항의 화물운송 특성을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낙포부두 예비타당성 조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어서 조사 면제 대상이 되기는 힘들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최대한 타당성이 높게 나올 수 있도록 지역사회 각계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