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새벽 1시경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이곳을 찾은 손님 김모 씨(27·여)는 중국인 남성이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리고 이들이 건네준 샴페인 한 잔을 받아 두세 모금 마셨다. 얼마 뒤 화장실에 갔는데 그 후로는 기억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 10시쯤이었고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팀 사무실이었다.
김 씨는 자신이 왜 경찰서에 와 있는지를 몰라 경찰에게 물었다. ‘버닝썬 클럽 여성 가드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샴페인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기억을 잃었다는 게 이상했다. 중국인들이 샴페인에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을 탄 것이 아닌지 의심됐다. 김 씨는 경찰에 마약 반응 검사를 요구했다. 경찰이 김 씨의 소변을 받아 마약 테스트기를 사용해 간이 검사를 했다.
김 씨는 “당시 테스트기를 확인한 경찰관 2명이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 애매하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김 씨에게 테스트기를 보여주면서 “이게 몇 줄 같아 보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간이 검사에서 두 줄이 나오면 음성, 한 줄이면 양성 반응이다. 그리고 얼마 뒤 다른 경찰관이 오더니 테스트기를 넘겨받아 김 씨 발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이 경찰관이 “‘아무 반응도 나온 게 없으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화장실 안에서 기억을 잃었던 이날로부터 세 달이 지난 27일 강남서 경찰관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자신이 마약 검사를 받을 당시 담당 경찰관과 책임자들이다. 김 씨가 고소를 결심한 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버닝썬’ 관련 각종 의혹을 알게 되면서다. 김 씨는 “버닝썬과의 유착 때문에 경찰이 버닝썬 편을 들어 마약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어 고소했다”고 말했다.
강남서 관계자는 “당시 6개의 마약 시약 검사를 진행했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결과가 의심스러우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 보라고도 말해줬다”며 “음성 판정이 나와 검사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한성희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