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불문율’이 화두다. 26일 광주경기에서 한화 이글스가 13-7로 앞선 9회 2사 1루 때 ‘클로저’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리자 KIA 타이거즈는 대타로 투수 문경찬(35번)을 투입했다. 사실상 분위기가 갈린 상황에서 투수를 바꾼 것에 대한 항의성 표현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50)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한화 이글스전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상대 한용덕 감독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홈경기에서 비교적 큰 점수차로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 9회말 2사에서 상대가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는 모욕을 준다면 나는 투수를 대타로 내보낸다’로 요약된다.
김 감독은 2012년에도 한 차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데 비슷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자 망설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석할지에는 여러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야구장에서 오가는 언어는 이처럼 매우 복잡하다. 특히 그 해석의 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종종 큰 오해와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미스 커뮤니케이션은 같은 팀, 상대 팀을 구분하지 않는다.
험악하게 빈볼이 오가는 경우도 사전에 한쪽이 분명하게 건넨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 후반 점수가 크게 뒤진 경우, 무사 1루에서 1루수가 베이스에 붙지 않고 뒤로 물러서서 수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희가 이겼다. 그러니 경기를 빨리 끝내자’는 표현이다. 아직 3이닝이 남았는데 감독이 3,4번을 교체하는 것도 같은 의미다. 상대방이 이 메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는 등 게임은 평탄하게 흘러간다.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다. 그라운드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 효율적인 경기 마무리를 위해 이 같은 의미전달이 오간다. 그러나 상대 팀이 아랑곳 하지 않고 도루도 하고, 작전도 낸다면 곧 빈볼이 날아온다.
김기태 감독의 파격적인 대응이 나온 것은 이 같은 그라운드 언어의 해석 차이가 배경이 될 수 있다. 한용덕 감독이 KIA 홈 팬들과 상대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6점차로 앞선 9회말 2사에서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등판시켰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팀 전력관리에 집중한 모습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