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석 정치부 기자
26일 오전.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고 기자들이 빠져나가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질의도 뜨뜻미지근한데 일부는 “최 후보자가 차관 시절 일을 잘했다”고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사퇴하세요!”라고 장관 후보자를 쏘아붙여 ‘사퇴 요정’ 별명이 붙은 이은재 의원을 예로 들며 “후보자가 답변을 피하면 혼도 좀 내고 하시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최 후보자 청문회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최 후보자를 ‘국토투기부 장관’이라며 ‘송곳 검증’을 자신했던 한국당. 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되자 아파트 매매, 자녀의 특례입학 등에 대한 추궁은 잦아들고 이내 지역구별 사회간접자본(SOC)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산 국회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한국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을)은 최 후보자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홍 의원이 국토부에서 종종 사용한다는 건배사 이야기를 꺼내며 최 후보자에게 “국토는 아름답게 교통은?”라고 묻자 최 후보자는 “편리하게”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김현미 현 국토부 장관이 ‘2기 신도시 서울지하철 5호선을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신 것 인계받으셨나.(홍 의원)
“예. 김포 한강선,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적극적으로 추진….”(최 후보자)
―김포 한강선 해주신다고 해서 저는 (질의) 여기서 끝내겠습니다.(홍 의원)
심지어 한국당 안팎에선 최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때 차관을 지내 관계가 원만하다는 말도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그가 기조실장 때 워낙 잘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토위 관계자는 “우리 쪽보다 한국당과 더 잘 알더라”고 했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청문위원들에게 송곳 검증을 기대한 게 애초부터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장관석 정치부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