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와 4차전도 29점 폭발 흥국생명, 12년 만의 통합챔프… 통산 4회 여자 최다우승 기록도
흥국생명을 정상으로 이끌며 여자프로배구에서 사상 첫 만장일치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이재영(가운데)이 시상식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이재영은 “MVP 상금(500만 원)은 엄청 맛있고 비싼 걸로 동료들과 회식을 하겠다. 모처럼 집에 가서 3일 정도 푹 쉬고 싶다. 호텔 침대가 너무 불편했다”며 웃었다. 김천=뉴스1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이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도로공사를 3-1(15-25, 25-23, 31-29, 25-22)로 꺾었다. 3승 1패를 기록한 흥국생명은 2008∼2009시즌 이후 10년 만에 챔프전 정상에 섰다. 통합우승은 김연경이 활약하던 2006∼2007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흥국생명은 통산 네 번째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 프로배구 여자부 최다 우승 기록도 세웠다.
2년 전 한국 프로스포츠 여자사령탑 최초의 우승감독 타이틀을 단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56)은 지난 시즌 꼴찌의 아픔을 딛고 2년 만에 여성 사령탑 최초의 통합우승을 일궜다.
우승이 확정된 뒤 팀의 상징 컬러인 분홍색 꽃술을 얼굴에 붙이며 기쁨을 만끽한 이재영은 “감독님, 톰시아 등과 안으며 나도 울었다. 나만 잘한 게 아닌데 만장일치 MVP는 마음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 도중 긴장은 안 됐다. 재미있었다. 1, 2세트 끝나고도 히히 웃었다”면서 “지난 시즌 꼴찌를 하면서 많이 혼났다. 하지만 배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이 됐다”며 특유의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재영은 김연경, 황연주에 이어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례로 휩쓴 세 번째 선수가 됐다. 2014∼2015시즌 신인왕 출신인 이재영은 2년 전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해 통합 우승에 실패한 아픔도 씻어냈다.
시리즈 내내 기복이 심했던 톰시아는 양 팀 최다인 30점을 올렸다. 경기 뒤 눈물로 얼굴이 붉어진 톰시아는 이재영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과 함께 외로웠던 에이스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김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