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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넘친 이재영, 꼴찌를 챔피언으로… 역전승 이끌고 첫 만장일치 MVP

입력 | 2019-03-28 03:00:00

도로공사와 4차전도 29점 폭발
흥국생명, 12년 만의 통합챔프… 통산 4회 여자 최다우승 기록도




흥국생명을 정상으로 이끌며 여자프로배구에서 사상 첫 만장일치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이재영(가운데)이 시상식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이재영은 “MVP 상금(500만 원)은 엄청 맛있고 비싼 걸로 동료들과 회식을 하겠다. 모처럼 집에 가서 3일 정도 푹 쉬고 싶다. 호텔 침대가 너무 불편했다”며 웃었다. 김천=뉴스1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가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흥국생명이 28-29로 뒤진 상황에서 두 팀은 9차례 랠리를 주고받았다. 1점을 따내기 위한 초접전에서 흥국생명은 톰시아의 스파이크로 기어이 동점을 만든 뒤 이재영의 공격과 톰시아의 블로킹을 묶어 3세트를 따냈다. 정상으로 가는 최대 분수령에서 한발 앞서 나간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예약한 순간이었다.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이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도로공사를 3-1(15-25, 25-23, 31-29, 25-22)로 꺾었다. 3승 1패를 기록한 흥국생명은 2008∼2009시즌 이후 10년 만에 챔프전 정상에 섰다. 통합우승은 김연경이 활약하던 2006∼2007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흥국생명은 통산 네 번째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 프로배구 여자부 최다 우승 기록도 세웠다.

2년 전 한국 프로스포츠 여자사령탑 최초의 우승감독 타이틀을 단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56)은 지난 시즌 꼴찌의 아픔을 딛고 2년 만에 여성 사령탑 최초의 통합우승을 일궜다.

29점을 뽑아낸 흥국생명 이재영은 기자단 투표에서 사상 첫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1세트 4점(공격성공률 36.36%)에 그쳤던 이재영은 세트를 거듭할수록 불이 붙었다. 돌고래처럼 튀어 올라 상대편 코트를 향해 쉴 새 없이 내리찍는 이재영의 공격을 도로공사 선수들이 당해내기엔 다소 버거워 보였다.

우승이 확정된 뒤 팀의 상징 컬러인 분홍색 꽃술을 얼굴에 붙이며 기쁨을 만끽한 이재영은 “감독님, 톰시아 등과 안으며 나도 울었다. 나만 잘한 게 아닌데 만장일치 MVP는 마음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 도중 긴장은 안 됐다. 재미있었다. 1, 2세트 끝나고도 히히 웃었다”면서 “지난 시즌 꼴찌를 하면서 많이 혼났다. 하지만 배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이 됐다”며 특유의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재영은 김연경, 황연주에 이어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례로 휩쓴 세 번째 선수가 됐다. 2014∼2015시즌 신인왕 출신인 이재영은 2년 전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해 통합 우승에 실패한 아픔도 씻어냈다.

시리즈 내내 기복이 심했던 톰시아는 양 팀 최다인 30점을 올렸다. 경기 뒤 눈물로 얼굴이 붉어진 톰시아는 이재영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과 함께 외로웠던 에이스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김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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