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속초시에 있는 해리수 ‘가오리찜’.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강원 속초에서는 오래전부터 생선찜을 해 먹는 풍습이 있었다. 동해에서 잡아 올린 계절 생선에 고춧가루 양념을 하고 갖은 채소와 콩나물을 얹어 먹는 요리이다. 갈치조림이나 고등어조림 등 흔히 알고 있는 생선조림과는 차별점이 있다. 속초식 생선찜은 양념이 조금 묽은 편이다. 매운탕과 조림의 중간 지점. 칼칼하고 개운하여 밥을 말아 먹어도 일품이다. 특히 신선한 생선살은 담백한 감칠맛이 양념에 묻히지 않는다.
속초에 자리한 해리수는 14년째 한곳에서 생선찜을 하는 집이다. 특히 가오리찜이 유명한데 붉은 고춧가루로 맛을 내지만 기분 좋게 식욕을 돋울 뿐 입을 자극하지 않는다. 쫀득하게 익은 가오리는 지느러미 뼈 사이로 순백의 보드라운 살점을 내어 준다. 뼈째 입안에 넣고 혀로 지느러미 사이사이를 헤엄치듯 발라 먹으면 젤리 같은 껍질, 고소한 속살, 오돌토돌 씹히는 연골이 입을 가득 채운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감칠맛 나는 찜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장치찜도 유명하다. 가오리는 외국산이지만 장치는 속초 바다에서 잡힌다. 장어와 아귀의 장점을 두루 갖춘 장치는 매끈하면서도 진한 영양이 있어 몸보신으로도 좋다.
속초항뱃머리는 속초 출신 사장님이 서울에 올라와 문을 연 곳이다. 매일 속초에서 공수한 생선으로 요리를 한다. 장치조림을 주문하면 가자미나 청어를 같이 넣어 주기도 한다. 대파와 무를 듬뿍 넣어 달큼하고 기분 좋은 시원함이 압권이며 껍질이 쫄깃한 장치와 고소한 가자미의 살이 생선의 감칠맛을 가르쳐준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해리수: 강원 속초시 온천로 285. 가오리찜 3만5000원, 장치찜 4만 원.
○ 후포식당: 강원 속초시 중앙로108번길 22. 모둠생선찜 2만5000원, 장치찜 3만 원, 도치숙회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