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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잡아간다”는 가짜뉴스에 몸살앓는 집시들

입력 | 2019-03-28 11:37:00

소셜미디어서 ‘로마 소수민족의 유괴’ 루머 확산
佛정부 “가짜 뉴스와 싸워야 할 이유 생겼다”




프랑스에서 ‘집시’(gitans)로 알려진 유랑하는 로마 출신 소수 민족이 아이들을 유괴한다는 루머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이들을 겨냥한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경찰들은 근거 없는 루머라며 시민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파리 근교인 낭테르와 콜롱브에서 흰색 승합차가 젊은 여성을 납치하려 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두 명이 린치를 당했다”며 “허위 정보를 공유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루머들은 완전히 근거가 없으며 어떤 유괴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6일 약 20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소식통은 “이러한 루머들은 로마 소수 민족에 집중되어 있다”며 “폭행에 가담했던 20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에는 보비니와 클리시수브아에서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부상자에 대한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통신은 이러한 루머들이 페이스북과 스냅챗 등에서 발생,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러한 폭행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소셜미디어에서 이러한 루머를 조직적인 방식으로 퍼뜨리는 것은 폭력을 초래하고 한 사회에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가짜 뉴스와 싸워야 할 확실한 이유들이 더 생겼다”고 밝혔다. 프랑스 법에서 인터넷상에 가짜뉴스를 유포할 경우 4만5000유로(약 5700만원)에서 13만5000유로(약 1억72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러한 폭행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집시를 지원하는 프랑스 현지 단체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에서 로마인들이 아동을 유괴한다는 인종차별주의적 고정관념은 중세 이후부터 계속 존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마인들에 대한 공격을 미얀마의 로힝야족 대학살에 비유, 시민들에게 보호 단체를 결성해 생명이 위험한 사람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