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어 29일 주총 주목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등기 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지 이틀 만인 29일 조 회장 쪽 사내이사의 연임안을 두고 또 한 번 주주 간 표 대결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총이다.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리는 한진칼 주총의 쟁점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연임안과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다.
석 대표는 조 회장의 측근으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한진칼 주총에서 석 대표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 조 회장의 입지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달리 이사 선임안에 대해 참석주주 과반의 찬성만 얻으면 돼 표 대결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낸 정관변경안도 현재로서는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의 형태로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안을 제출했다. 만일 정관이 변경되면 횡령·배임으로 재판 중인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한진칼에 따르면 회사 정관 변경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의결사항이다. 결국 출석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되기 때문에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셈이다.
한진칼 내부에서는 “조 회장 연임이 결정되는 내년 한진칼 주총이 진짜 싸움의 장이 될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KCGI가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 자금을 확충해 지분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KCGI는 주변에 “올해보다는 내년도 주총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이사에서 물러난 것만으로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년엔 조 회장뿐 아니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이사 연임 안건도 있어 큰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