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산업2부 기자
A아파트는 31일까지 주민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그 뒤엔 주택 가격공시를 총괄하는 관청인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에 청원서를 송부한다. 주민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대해)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들은 “전용면적 121m²인 1층을 기준으로 할 때 공시가격이 2018년 10억1600만 원에서 11억5200만 원으로 13% 올랐는데, 이는 물가상승률(1.5%)의 약 8배에 해당되는 세금 폭탄”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우리 아파트는 준공된 지 30년이 된 탓에 시설은 노후화되고 재산 가치는 별무(別無)한 반면, 분양 때부터 집 한 채만 있고 소득이 없는 가구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번 인상을 강행할 경우 2만 주민의 저항에 부딪히고 정치적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 항의문은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렇게 단체 연판장을 돌리면 효과는 나타날까. 아파트에 앞서 진행된 단독주택은 이의신청으로 가격이 조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공시가격이 처음에 37억9000만 원으로 책정됐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주택은 집주인이 이의 신청을 한 후 27억3000만 원으로 10억 원 이상 삭감됐다. 마포구 연남동 등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도 이 정도 조정폭이 적지 않았다. 다만 공동주택은 한두 채의 공시가격을 낮춰주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쉽사리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공시가격 인상 저항’ 움직임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초구 반포동 주민 윤모 씨(74)는 “위정자들이 모두 다주택자인데 왜 나만 내가 가진 집 한 채를 팔아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집을 3채 가지고 있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집값 잡겠다”고 브리핑하던 지난해 7월에 27억 원짜리 재개발 건물을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아파트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다음 달 4일까지다.
박재명 산업2부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