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유착의혹 계기로 폐지 목소리
14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이제는 경찰 협력단체부터 해체합시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인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A 경위는 게시글에서 “버닝썬 사태를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 경찰 협력단체”라고 썼다. 이어 “교통단속을 하면서 협력단체 회원들과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았다”며 “유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협력단체와 결별을 이번 기회에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버닝썬’을 비롯해 서울 강남 클럽들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도 경찰 협력단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닝썬의 모기업 이사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협력단체가 실제로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역 사업가들이 구성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역 치안과제 발굴 등을 위한 의견 청취를 명분으로 모임을 갖지만 대부분 술자리 친목이나 사교모임으로 변질되면서 수사기관 민원창구가 되고 만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광주에선 음주 단속에 걸려 면허가 정지된 전력이 있던 경발위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 사고를 냈는데도 경찰이 불구속 입건을 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2015년 경기 지역의 한 지구대 경찰은 생활안전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이모 씨에게서 청탁을 받고 이 씨에게 소송을 건 상대방에 대한 ‘표적 음주단속’을 해 견책처분을 받은 일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A 경위의 글에는 ‘늙은 양반들 접대용 아니냐’, ‘협력단체 가입하는 순간 그 집 막냇동생 된다’는 등 협력단체 폐지를 주장하는 댓글이 100건 넘게 달렸다. ‘교통단속을 하다 보면 먼저 내미는 것이 신분증이 아니라 협력단체 회원증’이라는 단속 경찰의 경험담도 올랐다.
A 경위의 게시글로 조직 내부에서 협력단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청 경무담당관실은 “국민이 원하는 투명하고 역량 있는 경찰 협력단체 구성을 위해 위원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등 일제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민간 협력단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규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 의견을 경찰에 전달하는 통로로서 협력단체는 필요하지만 대부분 관내 사업가나 이른바 유지들이 참여하고 길게는 10년씩 연임하는 경우도 있어 유착이 쉽다”며 “수사기관 위촉이 아니라 공개모집 등의 방식을 통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소영 기자